여강여호의 책이 있는 풍경 :: 섬의 탄생; 일본 열도

신화인명사전/아시아/일본/이자나기와 이자나미


그리스 신화에서 바람둥이 제우스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고 도망다니던 아스테리아가 메추리아로 변해 바다로 뛰어든 지점에 생긴 섬이 델로스였다. 또 인도 신화에서는 바람의 신 바유가 메루 산에서 쫓겨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메루 산의 신들을 공격해 메루 산 꼭대기를 뜯어 바다에 던졌는데 그 산 꼭대기가 지금의 스리랑카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섬의 탄생이 한 국가의 창조 신화가 된 경우도 있다. 섬나라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일본은 크게 네 개의 섬 즉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로 이루어져 있는 열도 국가다. 이 섬들의 탄생이 바로 일본의 창조 신화요 건국 신화다. 일본의 창조 신화는 여느 창조 신화와 마찬가지로 혼돈의 우주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주인공이 바로 이자나기()와 이자나미(美)이다. 둘은 부부 사이로 태초의 신에서 여섯 세대가 지난 7세대 신들이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태어나기 전 우주는 거대하고 기름기가 많고 온갖 불순물이 섞여 있는 혼돈의 바다였다. 두 신은 창조와 균형을 잡아주는 두 원리 즉 남성성과 여성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자니기와 이자나미. 사진>야후재팬 검색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무지개 다리 위에 서서 무질서한 혼돈의 우주를 또는 혼돈의 바다를 창으로 휘저었다. 이자나기가 바다를 휘젓다가 창을 꺼냈는데 창 끝에서 떨어진 물이 응결해 섬이 되었다고 한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그들이 만든 섬에 내려와 창조 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둘은 먼저 결혼하기로 결정했는데 결혼식을 하려면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의식용 원기둥을 각각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신랑이 먼저 결혼 서약을 읊어야 했다. 하지만 이자나미가 결혼 서약을 먼저 읊었고 다른 신들은 이 상황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둘의 결혼은 불완전한 결합이 되었고 둘 사이에서는 '거머리 아이'인 히루코(水蛭子)가 태어났다고 한다. 고대인들의 남성 우월적 사고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둘은 다시 결혼식을 거행했고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남자인 이자나기가 먼저 결혼 서약을 낭독했다. 정상적으로 결혼식을 마친 부부는 새로운 세대의 신들을 낳기 시작했다. 바람, 강물, 바다, 산은 물론 일본의 모든 섬들도 낳았다. 혼슈, 시코쿠, 규슈도 이 때 낳은 섬이라고 한다.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의 창조 활동은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지만 어느날 암초에 부딪치게 된다. 불의 신 가구쓰치(軻遇突智)를 낳다가 이자나미의 음부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자나미는 치명적인 화상을 입고 죽어 지하 세계인 요미(黃泉)로 떠났다고 한다. 아내를 너무도 사랑했던 이자나기는 너무 보고 싶어 죽은 이자나미를 찾아 지하 세계 요미로 찾아갔다.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저승 세계인 타르타로스를 찾은 것처럼.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사진>구글 검색


전세계 어느 신화건 지하 세계 즉 저승에서 살아남은 신은 없다. 요미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자나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늦게 찾아온 이자나기를 원망하는 목소리였다. 이미 지하 세계의 음식을 먹어버렸으니 다시는 이승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남편인 이자나기가 자신을 봐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했다. 이자나미는 이미 요미에서는 썩고 있었을 것이다. 이자나기가 이런 이자나미의 모습을 본 것이다. 이자나미의 몸에서는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이자나미를 살리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이자나기는 지하 세계에서 달아나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경고를 무시한 데 화가 난 이자나미와 지하 세계의 전사들이 그를 쫓기 시작했다. 이자나기는 어떤 방법으로도 지하 세계의 전사들을 따돌릴 수 없었다. 도망가던 중 우연히 복숭아 나무가 있어 복숭아 열매 세 개를 따서 지하 세계 전사들에게 던졌더니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 때부터 복숭아가 못된 기운을 쫓는 신성한 과일이 되었다고 한다.


어렵게 지하 세계, 요미를 탈출한 이자나기는 죽은 사람들과 접촉한 자신의 몸을 씻기 위해 바다로 갔다.  이자나기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자 또다시 많은 신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자나기가 왼쪽 눈을 씻었는데 그 때 난 눈물에서 태양의 여신이자 일본 최고의 신인 아마테라스 오오카미(神)가 태어났다. 일본 천황의 조상신이라고 한다. 또 오른쪽 눈에서는 달의 신 쓰키요미(月讀)가 태어났고 코에서는 바람의 신 스사노오(嗚)가 태어났다고 한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일본 건국 신화가 시작된다.


일본 열도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았는데 이런 내용들의 출처는 바로 <일본 서기>와 <고사기>로 일본인들은 천황제의 정당성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신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한편 일본 열도의 탄생 과정에서 지금의 홋카이도나 오키나와는 등장하지 않는다. <일본 서기>나 <고사기>가 쓰여질 당시인 8세기에는 일본 영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류큐국이라 불렸던 오키나와는 조선의 조공국으로 허균의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의 실제 지명이라는 분석도 있다.


【참고자료

  • 세계신화여행/김남수 외/실천문학사

  • 신화와 전설/필립 윌킨스/21세기북스

  • 포털 사이트 자료 및 정보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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