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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마야

운 우나푸와 남미가 축구를 잘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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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마야/운 우나푸 Hun Hunahpu

 

예전만 못하지만 남미는 여전히 유럽과 함께 세계 축구의 쌍벽을 이루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2017 FIFA 20세 이하 월드컵의 우승국 잉글랜드의 결승 상대도 베네수엘라였다. 우리나라의 양궁처럼 남미의 여러 국가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세계축구대회에서의 우승보다 더 힘든 것이 남미 대표팀 선발전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남미는 왜 이렇게 축구를 잘하는 것일까? 멕시코에서는 지금까지도 옛날식 축구장(이하 구기장)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오래된 구기장은 3,000년이 훌쩍 넘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구기장에서는 전쟁에서 패배한 포로와 승리한 측의 귀족들 사이에 공놀이가 있었던 곳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는 옛날식 축구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민속놀이인 셈이다. 경기 방식은 2명 내지 6명의 선수가 손은 사용하지 않고 엉덩이나 다리, 발로만 공을 차는데 일반적인 구기장의 형태는 양쪽 끝이 열려있고 안쪽으로는 기울어진 양 벽면이 있다고 한다. 공은 직경이 20~46, 무게는 약 1.5~3.6kg이나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오늘날 축구처럼 골대가 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농구골대처럼 높이 매달려 있어 오늘날 축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힘든 경기였다고 한다. 먼저 골을 넣는 팀이 승리하고 진 팀은 머리가 잘리거나 심장이 꺼내졌다고 하니 그야말로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놀이를 즐기고 있는 마야인들. 사진>구글 검색

 

이 옛날식 축구장, 구기장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메소아메리카의 여러 지방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작게는 가로와 세로가 1.7m x 16m에서 크게는 30m x 96.5m까지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미 사람들은 언제부터 이런 공놀이를 즐기게 되었을까? 멕시코와 과테말라 지역에 기반을 둔 마야 신화의 바이블인 <포폴 부>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포폴 부>에 따르면 태초에 바다의 신 구쿠마츠(Gucumatz)하늘의 신 우라칸(Huracan, 허리케인의 어원이 됨)은 지상에 살면서 자신들을 찬양해 줄 인간들이 필요했다. 첫 작품은 실패작이었다. 말은 커녕 그저 으러렁거리고 지저귀기만 할뿐 신들에게 향을 피울 줄도 몰랐다. 이 첫 작품이 최초의 동물이 되었다고 한다. 인간을 만드는 데 실패한 두 신은 이번에는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말을 못했고 물만 들어가면 풀어져 버렸다. 결국 구쿠마츠와 우라칸은 자신들보다 나이가 많은 점술가 스피야콕(Xpiyacoc)과 스무카네(Xmucane)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는데 나무로 남자를, 갈대로 여자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나 두 번째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두 신은 홍수를 일으켜 나무 남자와 갈대 여자를 지상에서 사라지게 하고 말았다.


 ▲마야인들의 공놀이 경기장. 사진>구글 검색

 

한편 점술가인 스피야콕과 스무카네 부부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운 우나푸(HunHunahpu)부쿱 우나푸(Vucub Hunahpu)가 그들이었다. 이 쌍둥이 형제는 대리석으로 만든 경기장에서 하루 종일 공놀이를 즐기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놀이는 시발바(Xibalba, 지하 세계)의 신들을 노하게 만들었다. 쌍둥이 형제가 공놀이를 할 때마다 지하 세계는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지하 세계의 신들은 운 우나푸와 부쿱 우나푸 형제를 제거하기 위해 전령인 올빼미를 보내 공놀이를 제안하며 그들을 지하 세계로 불러 오게 했다.

 

결국 운 우나푸와 부쿱 우나푸 형제는 시발바의 신들에게 속아 지하 세계에서 목숨을 잃고 지하 세계의 경기장에 묻히게 되었다. 지하 세계의 신들은 그들의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운 우나푸의 머리를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에 매달았고 곧 이 나무에는 조롱박이 열렸다. 운 우나푸의 머리도 이 열매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마야 신화의 새로운 신의 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운 우나푸의 머리는 스퀵의 손에 침을 뱉어 임신하게 만들었다. 사진>구글 검색

 

지하 세계에 사는 스퀵(Xqic)이라는 여자가 이 조롱박 나무 이야기를 듣고는 직접 찾아가 어떤 열매를 딸 것인지를 큰 소리로 고민하였다. 조롱박 열매가 된 운 우나푸의 머리는 이 열매들이 사실은 해골이라는 것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스퀵이 이에 개의치 않고 열매를 따려고 하자 운 우나푸의 머리가 그녀의 손에 침을 뱉었다. 스퀵은 이 침으로 인해  운 우나푸의 자식을 임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딸이 지상에 사는 남자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 사실을 안 스퀵의 아버지는 수치심에 딸을 죽이기로 하고 올빼미를 시켜 그녀를 외딴 곳으로 데리고 갔다. 스퀵은 올빼미를 설득해 죽음을 모면했고 지상으로 올라가 운 우나푸와 부쿱 우나푸 형제의 어머니인 스무카네를 찾아가 자신이 운 우나푸의 아내임을 밝혔다. 스무카네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진짜 자기의 며느리가 맞는지 시험하기 위해 그녀를 밭에 보내 옥수수 한 가마니를 따오게 했다. 사실 그 옥수수 밭에는 옥수수가 한 그루밖에 없었다. 스퀵은 옥수수 한 가마니를 가득 따왔고 스무카네도 그녀가 운 우나푸의 아내, 자신의 며느리임을 인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낳은 자식이 마야 신화의 쌍둥이 영웅 우나푸(Hunahpu)스발란케(Xbalanque)였다. 

 

앞서 살펴본 대로 메소아메리카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는 옛날식 축구 경기장은 운 우나푸 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아직까지도 옛날식 공놀이, 축구가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미 축구의 저력이 바로 신화에서 비롯되었고 주장하면 지나친 상상일까?

 

참고자료

마이클 조던/신 백과사전/보누스

필립 윌킨스/신화와 전설/21세기북스

〮칼 토베/아즈텍과 마야 신화/범우사

〮포털 사이트 지식 및 뉴스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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