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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마야

아푸치, 마야인들이 장례식에서 통곡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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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푸치(Ah Puch)는 마야 신화에서 죽음과 관련되어 있는 신이다. 즉 아푸치는 죽음과 어둠과 재앙의 신이다. 반면 아푸치는 출산과 시작의 신이기도 했다. 키체 마야인들은 죽음의 신 아푸치가 지하세계의 최하층 아홉 번째 세계인 미트날(Mitnal)를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다. 참고로 마야 신화에서 미트날은 영원한 추위와 어둠의 세계로 마야인들은 이승에서 악행을 저지르면 죽어서 이곳에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과테말라 고지대의 유카텍 마야인들은 미트날을 시발바(Xibalba)라고 불렀다.

 

마야인들이 그리고 있는 아푸치의 모습은 돌출된 갈비뼈를 가지고 있는 해골이거나 부패하고 부은 시체의 두개골이었다. 특히 아푸치는 밤에만 활동하는 올빼미와 관련이 있어서 올빼미 머리를 한 해골의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또 재미있는 것은 해골 같은 얼굴에 많은 방울들이 장식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절대 귀엽게 보이지 않으면서 말이다.

 

아푸치를 시진(Cizin)이라고도 부르는데 시진으로써의 아푸치는 인간 해골 모습으로 인간의 눈을 옷깃에 장식한 섬뜩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아푸치를 악취나는 신이라고도 부르는데 아푸치라는 이름의 어원이 악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에게서는 지독한 악취가 풍겼다고 한다


 ▲마야의 죽음과 재난의 신 아푸치. 출처>구글 검색


아푸치는 마야를 정복한 서양인들에게는 아마도 기독교의 악마나 지옥에서 허덕이고 있는 악인들과 동일시 되었을 것이다. 비의 찹(Chap)이 나무를 심는 동안 지하세계의 신인 아푸치 또는 시진은 그 나무들을 지상으로 들어올리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아푸치는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인신공양)에서는 전쟁의 신으로 나타난다.  한편 아푸치의 몸은 부패를 나타내는 검은 반점으로 덮여있다.

 

마야인들은 다른 메소아메리카 문화들과 비교해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매우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마야인들은 아푸치가 부상을 당했거나 병으로 앓고 있는 사람들의 집에 들어와서는 지하세계(죽음)로 데려가기 위해 추근대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야인들은 사랑했던 사람들이 죽으면 지나칠 정도로 대성통곡을 하며 울곤 했는데 이렇게 해야만 아푸치를 위협해서 그가 죽은 이들을 미트날로 데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통곡은 일종의 귀신을 쫓는 의식이었던 셈이다.

 

아푸치 신화는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마야인들의 예언서였던 <칠람 발람의 서>에는 북쪽을 지배하는 신으로 소개되어 있고, 마야인들의 신화와 전설, 역사가 집대성된 <포폴 >에는 시발바를 지키는 신 중 하나로 소개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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