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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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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통, 그 혼돈의 시간으로의 초대 배반의 여름/박완서/1978년 하루 걸러 종아리가 터질 듯 아팠다. 종아리뿐만 아니었다. 한 번 통증이 올 때면 무릎이며, 허벅지까지 온통 성한 데가 없었다. 그때마다 잠을 설치곤 했다. 변변한 보건소 하나 없었던 오지의 섬이라 그 정도로 육지까지 먼 항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밤새 엄마가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이었다. 어느샌가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이면 멀쩡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국민학교(초등학교) 어느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부터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지긋지긋한 통증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다. 그게 바로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오지도 오지였지만 엄마가 육지 병원에 나를 데려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어쨌든 나는 ..
절망 속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찾아서 조경란의 /2000년 ‘그댄 외롭고 쓸쓸한 여인, 끝이 없는 방랑을 하는, 밤에는 별따라 낮에는 꽃따라 먼 길을 떠나가네’로 시작하는 대중가요가 있었다. 대중가요에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빼면 뭐가 남겠냐마는 이치현과 벗님들이 부른 ‘집시 여인’은 한 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재수라는 낯설은 세계에 내몰린 나에게는 그저 그런 사랑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집시 여인의 방랑은 나의 방황이기도 했다. 절망, 절망 또 절망. 집시(Gipsy)의 방랑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 또한 그랬으리라.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해와 달이 한번도 비춘 적이 없는 온통 캄캄한 어둠뿐인 작은 나라가 있었다. 왕은 다섯 명의 기사들에게 빛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왕의 딸들과 결혼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길을 떠난 기사들은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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