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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8.01 혼돈을 깬 홀과 숙의 정체는? (1)

창조의 사전적 정의는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이다. 또 '신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든 행위'를 두고 창조라고도 한다. 즉 무에서 유를 창출하거나 발명해 내는 것이 창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인류 역사상 어느 창조물이나 발명품도 완전무결한 무에서 비롯된 것은 없다.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혹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흩어져 있는 물질이나 기술, 정보 등을 수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창조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인 '신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든 행위'도 사실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아니다. 전세계 어느 신화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을 창조로 정의하지 않는다. 무질서한 상태에 상태에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을 창조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의 카오스가 그렇고 북유럽 신화의 긴눙가가프가 그렇다. 중국 신화에서는 '혼돈'이라고 한다. 카오스, 긴눙가가프, 혼돈의 상태에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이 창조인 것이다. 애초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중국 신화에서 세계의 창조 즉 혼돈이 끝나게 되는 과정이 제자백가 중 도가의 대표적인 사상가이니 장자가 쓴 <장자>에 재미있는 우화로 소개되어 있다.


 ▲중국신화에서 야행성인 부엉이는 어둠, 음을 의미하는 혼돈을 상징했다고 한다. 


북해의 황제 홀(忽)과 남해의 황제 숙(儵)은 중앙의 황제 혼돈(混沌)의 영토에서 만나곤 했다고 한다. 혼돈은 홀과 숙을 극진히 대접했지만 혼돈에게는 홀이나 숙과 달리 몸에 일곱 개의 구멍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니 보고 듣고 먹을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을 것이다. 홀과 숙은 혼돈의 극진한 대접에 보답하기 위해 매일 하나씩 혼돈의 몸에 구멍 하나씩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칠일 째 되던 날 혼돈은 죽고 말았다. 혼돈의 죽음과 동시에 세상이 탄생했다고 한다.


하늘과 땅이 조화를 이루는 등 혼돈이 질서로 바뀌었다는 세상의 창조를 재미있는 우화로 풀어낸 것이다. 여기서 북해와 남해의 황제 홀과 숙을 합치면 '숙홀'이라는 단어가 만들어 지는데 '숙홀'은 잠깐의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고 번개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한다. 즉 무질서한 상태인 혼돈을 깬 것은 다름아닌 번개였던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언젠가부터 창조란 말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을 처음 쓴 이는 신화적 이해나 인문학적 이해가 상당히 뒤떨어졌던 모양이다. 우리 사회를 혼란, 혼돈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으니 말이다. 창조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기에 원래의 뜻과는 반대로 질서가 혼돈으로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이제 이 비정상의 혼돈과 무질서를 조화와 질서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창조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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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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