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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책 이야기

결혼, 서로 사랑하되 구속하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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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에 구속되지는 말라.
서로의 잔을 넘치게 하되 한쪽 잔만을 마시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되 그대들 각자가 따로 있게 하라.
그대들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지니지는 말라.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라.
-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중에서 -

우리나라 이혼율이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한다. 물론 국가간 비교에서 1위라는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결혼에 관한 사회적 관습이나 환경이 다르고 경제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1'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정적 의미의 '1'이라면 더 그렇다. 


결혼도 이혼도 선택의 문제다. 결혼의 자유가 있다면 이혼의 자유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결혼이 서로 다른 두 남녀의 결합으로만 생각할 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혼은 여기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가정법률사무소에 따르면 2009년 서울에서 이뤄진 이혼 관련 면접 상담 중 48.2%가 이혼 사유로 배우자의 가정폭력이나 외도를 차지했다고 한다. 얼마 전 종영된 KBS의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도 종종 보는 갈등의 주제이기도 하다. 결혼을 소유로 착각한 결과다. 사랑할 때는 서로의 아픔을 닭살스럽게 보듬아주던 남녀가 결혼에 이르면 소유의 관계로 전락하고 만다. 특히 가부장적 전통이 남아있는 우리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결혼생활을 표현하는 말들 중 '사위 사랑은 장모'라느니, '고부갈등'이라느니 하는 것들이 모두 이런 전통의 결과물이다.

순수와 생명의 시인 칼릴 지브란은 결혼에 대해서 '사랑하라', '서로의 잔을 넘치게 하라', '함께 노래하라', '마음을 주라', '함께 서라' 등 결합을 꿈꾸는 평범한 남녀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잊고 지낼 뻔 했던 결혼의 의미를 일깨워 줄 뿐이다. 그러나 칼릴 지브란의 이런 일깨움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전제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구속되지는 마라', '한쪽 잔만을 마시지 마라', '따로 있게 하라', '가까이 서 있지 마라'

결혼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둘이 되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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