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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슬라브

옛 레닌 자리에 세워진 우크라이나의 수호 여신, 베레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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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히니아(Berehynia)는 슬라브 전역에서 숭배되는 태초의 여신으로 그녀의 이름은 ‘보호하다’라는 뜻의 슬라브어 ‘베렉(berech)’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어는 또 ‘대지’와 ‘해안’으로도 번역되는데 아마도 육지와 물이 만나는 문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레히니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6세기 이후 기독교인들이 우상숭배를 금지한 신들 목록을 정리한 그리스 문서였다. 최근에는 ‘화로의 어머니’로 묘사되면서 우크라이나의 국가적인 수호신으로 지위가 격상되었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레닌 동상이 있던 자리에는 베레히니아 여신 동상이 세워졌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 세워진 베레히니아 여신 동상. 출처>구글 검색

 

고대 슬라브인들은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고 여긴 위대한 여신 베레히니아를 숭배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베레히니아를 여신보다는 단순한 영혼 또는 정령으로 인식했다. 베레히니아는 기본적으로 후견인과 관련된 ‘화로의 어머니’ 심지어 여성들의 수호신 모코시(Mokosh)의 특성인 국가 그 자체와 물의 신 루살카(Rusalka)가 통합된 신이다. 슬라브 민족들 사이의 많은 유사한 정령들과 데몬들은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특성과 힘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신화적 존재들을 구별하지 않았으며 종종 그들을 유해하고 무서운 정령으로 혼동했기 때문이다. 가장 본질적인 특징만을 추려 간단하게 말하자면 베레히니아는 모코시의 특징을 가진 루살카였다.

 

베레히니아는 루살카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슬라브 민속에 따르면 결혼 전에 죽은 약혼한 신부는 쉽게 베레히니아 또는 루살카로 변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신랑에 대한 배신 때문에 자살한 여성들이 그러한 경우였다. 베레히니아가 루살카와 구별되는 주요 특성은 베레히니아는 물 속이 아닌 빛 속에 산다는 것이다. 호밀꽃이 필 무렵 즉 루살카나 트리니티 주간이 되면 베레히니아와 루살카가 나타나 대지를 떠돈다. 하지만 이 주간이 끝나면 루살카는 대지를 떠나 물로 돌아간다. 반면 베레히니아는 빛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지를 떠난다.

 

하지만 베레히니아는 일반적으로 루살카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레히니아는 가족과 여성의 수호신이었다. 이것은 모코시의 또 다른 특성이기도 했다. 비슷한 이야기가 남부 슬라브인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빌라 라비요일라(Vila Ravijojla)라는 요정이 있었다. 종종 ‘요정’으로 번역되는 ‘빌라(Vila)’는 남부 슬라브어로 루살카를 부르는 이름으로 빌라 라비요일라는 가장 강력한 빌라(요정)였다. 세르비아 서사시에 따르면 빌라 라비요일라는 영웅들 특히 왈라키아 공국의 마르코 왕자(재위 기간:1371년~1395년)를 보호하고 치유했다고 한다.

 

1991년 우크라이나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베레히니아는 민속학적 변형을 겪게 되는데 오늘날에는 국가 후견인과 관련된 ‘화로의 어머니’와 루살카가 통합된 형태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몇몇 우크라이나 작가들이 이상적인 우크라이나 여성에 대한 비전을 의인화하기 위한 노력한 1980년대 후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 베레히니아는 오늘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페미니즘, 신이교주의 등에도 자리잡고 있다. 베레히니아가 ‘수호신’ 또는 ‘보호자’로 재해석되는 것은 이름과 관련된 민속 어원 때문인데 우크라이나어로 ‘강둑’을 의미하는 ‘베레(bereh)’를 ‘보호하다’를 의미하는 동사 ‘베레티(berehty)’와 연관시킨 것이다.

 

2001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옛 키예프) 독립광장의 옛 레닌 기념비가 있던 자리에 베레히니아 조각상이 세워졌다. 이 기념비는 키예프 수호 여신으로서의 베레히니아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광장 바로 맞은편에는 키예프의 역사적인 영웅 아르한겔 미하엘 동상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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