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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아주 사소한 서비스로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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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출근시간이 다가오지만 지난주 토요일에 주문했던 책은 그때까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주문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배송추적을 해봤다. 내가 주문한 책이 오전 6시 56분 현재 옥천 터미널에 있다는 메시지가 마지막이었다. 평소라면 거의 오전 중에 택배를 받았어야 할 시간이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택배사 홈페이지를 접속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한 내용과 다를 게 없었다. 다만 배송사원 연락처가 추가되어 있었다. 얼른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266번지인데요, 언제쯤 오시나요. 곧 출근해야 해서요."

"어, 오늘 266번지는 물건이 없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택배사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까 기사님 전화번호가 있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요, 아무튼 제 코스에는 오늘 266번지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다시 한 번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출근하기 전에 책을 받아보고 머리말이라도 읽고 싶었는데 이미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읽고 있던 책이 있어 그렇게 급한 건 아니었는데....


이래저래 시간은 저녁 7시를 치닫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택배사 홈페이지에 있는 상담전화번호를 찾아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그 시간까지 상담을 할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상담시간이 끝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문의전화가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멘트만 흘러나왔다. 상담을 하긴 한다는 얘긴데.....잠시 후 간단한 고객확인정보를 입력한 후 상담원과 통화가 되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대전인데요, 인터넷에서 배송추적을 해보니까 제 물건이 아침에 옥천 터미널에 있던데, 아직까지 받질 못해서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오늘 오전 물량이 폭주해서 오늘내로 수령이 힘들 것 같습니다. 아마 내일 정도 받으실 수 있겠네요"

"그래요? 보통은 오늘 받을 수 있는 게 정상이잖아요? 근데 제가 직접 전화하지 않는 이상 왜 늦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네요."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배송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상담원의 정중한 사과를 듣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도 상담원이 성심성의껏 답변해 준데 대해서 감사의 표시를 하고 말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특정 택배사를 탓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순전히 나의 조급함 때문이다. 하루 이틀 늦어졌다고 해서 큰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조금이라도 빨리 책을 받아보고 싶은 생각에.....

그런데도 한가지 아쉬움 아니 택배사에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다. 이렇게 물량이 폭주해서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서비스는 없을까 해서 말이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난감하다. 그 많은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통해 이 사실을 공지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테고....택배사에서 나름의 묘안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택배사들 홈페이지에 들어가 배송추적을 해보면 위에서 보는 것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배송이 1~2일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객님의 많은 양해 바랍니다.'라는 문구 또는 이와 같은 맥락의 안내문구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평상시에도 똑같이 노출되어 있는 안내문구로 어제와 같이 갑작스레 물량이 폭주했다면 해당 지역을 직접 일러주는 것도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감동을 주는 서비스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택배 고객들은 택배수령 날짜를 대충은 예상하고 있을터라 이 사소한 부분만이라도 조금만 신경쓰면 배송지연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고객은 아주 사소한 서비스에서 감동을 받는다.

내가 그토록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책은 장하준 교수의 신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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