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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슬라브

슬로베니아 봄맞이 축제에 등장한 가면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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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인명사전/유럽/동유럽/쿠렌트 Kurent

 

동유럽의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 프투이라는 도시에서는 매년 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쿠렌토바니예(Kurentovanje)라는 봄맞이 축제다. 매년 2 11일간 열리는 축제로 겨울을 쫓고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쿠렌토바니예가 더 유명해진 데는 축제 때 입는 옷 때문일 것이다. 괴물 같은 형상을 한 마스크를 쓰고 털이 수북하게 덮인 독특한 의상을 입는데 마스크는 가죽으로 만들어졌으며 눈과 입만 뚫려있다. 또 입에서는 빨간색 넥타이 같은 천이 내려져 있는데 사실은 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쿠렌토바니예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괴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겨울을 협박해 다시는 겨울이 얼씬도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는 봄이 와도 꽃샘 추위가 있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동장군의 기세를 꺾기 위함이 아닐까. 특히 쿠렌토바니예 축제가 열리는 프투이 주변에는 포도 산지와 스파 등 즐길 거리가 많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쿠렌토 가면을 쓴 사람들. 사진>구글 검색

 

하지만 쿠렌토바니예 축제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는데 확실한 것은 축제 때 쓴 양가죽 마스크는 슬라브 족에게 술의 신으로 알려진 쿠렌트(Kurent)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주변에 예로부터 포도 산지가 많아 생긴 신화일 것이다. 스라브 족 신화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들은 어떤 알로부터 흘러나오는 일곱 개 강의 물이 적셔주는 계곡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었는데 그들이 물을 더 많이 얻고 싶어 알을 깨뜨리자 대홍수가 일어났다고 한다. 이 때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 있는데 술의 신 쿠렌트의 도움으로 살아난 크라냐츠(Kranyatz)라는 남자라고 한다. 또 다른 버전에서는 홍수 신화와 술의 신 쿠렌토에 관한 이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고대 슬라브 족들은 황금시대에는 나무에 빵이 열리고 밀 이삭의 크기가 1미터 가까이 되었다고 믿었다. 이 행복한 시대에 사람들은 선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류는 타락해 갔고 악마가 되어갔다. 보다 못한 신들은 인류를 파멸시키기로 결정했다. 인류의 종말을 선포한 것이다. 매일 매일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고 물은 온 대지를 덮어 흙으로 된 땅이라곤 어디에서도볼 수 없었다. 대홍수에 살아남은 인간들은 없었다. 단 네 명을 제외하고. 슬라브 족 민간전승에 따르면 세 명의 인간이 대홍수에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네 번째 인간만은 어떻게 대홍수에 살아남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 남자가 크라냐츠(Kranyatz)였다.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크라냐츠는 높은 언덕에 있었고 그곳에는 하늘까지 닿을 높이로 자란 포도나무가 있었다. 폭우가 쏟아졌고 언덕 꼭대기까지 물이 차 올랐을 때 크라냐츠는 포도나무를 부여잡고 오르기 시작했다. 고대 슬라브 족들이 위대한 신으로 추앙했던 술의 신 쿠렌트(Kurent)가 크라냐츠를 보았고, 쿠렌트는 여간 기쁘지 않았다. 크라냐츠는  쿠렌트에게 바쳐진 식물 중 하나인 포도나무를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쿠렌트는 크라냐츠에게 연민을 느꼈고 불쌍한 크라냐츠를 대홍수로부터 구해 주었다.

 

물이 빠지고 대지가 마르고 있을 때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크라냐츠는 쿠렌트에게 바쳐진 가장 중요한 작물인 포도와 밀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로 인간들은 영원히 포도와 밀을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렸다고 한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크라냐츠는  한 손에는 포도나무를, 한 손에는 밀 줄기를 들고 정착할 곳을 찾아 길을 떠났다. 아드리아 해 근처에서 긴 여행을 마쳤고 여행 내내 보관하고 있던 포도나무를 땅에 심었다. 오늘날까지도 프로섹 지방은 포도 농사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크라냐츠는 밀을 심었다. 크라냐츠의 아들은 쿠렌트를 기억하기 위해 밀과 포도가 잘 재배되는 지역을 찾아 크란스카와 크란치 지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한편 대홍수의 유일한 생존자 크라냐츠는 누가 대지를 다스릴 것인지를 놓고 신들과 논쟁을 벌여 승리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너무 우쭐한 나머지 신들이 살고 있는 산으로 올라가 신들이 먹는 고기를 먹고 쿠렌트가 준 술을 마셨다고 한다. 신과 인간은 엄연히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야 하거늘 신들은 이런 크라냐츠를 보고 화가 났다. 신들은 크라냐츠를 걷어찼고 크라냐츠는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는데 그 후로 힘을 잃었다고 한다. 전세계 신화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메타포. 오만하지 말라. 겸손해라.

 

참고자료

필립 윌킨스/신화와 전설/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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