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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슬라브

모레나, 사랑에 웃고 사랑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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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 신화에서 모레나(Morena)는 겨울과 무덤의 여신 또는 죽음의 여신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여신들이 아름다운 외모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모레나는 무섭고 흉측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모레나는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는 여신으로 일년 중 반은 지하세계에서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생활한다.

 

인간 삶의 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레나 여신은 인간 삶의 시작을 관장하기도 한다. 모레나 여신은 식량 재배를 위해 땅을 비옥하게 준비하고 겨울이 되면 언 땅에 영양분을 공급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레나 여신이 봄에 지하세계로 사라지면 만물에 싹이 트고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모레나 여신은 죽음의 여신이면서도 풍요의 여신으로도 숭배되었다.

 

모레나 여신이 젊고 사랑스런 풍요의 여신이었을 때 봄과 풍요의 신 야릴로(Jarilo)를 만난 적이 있는데 야릴로는 모레나 여신의 오빠로 오랜만에 죽음의 땅에서 돌아온 터였다. 모레나와 야릴로는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그들의 아버지이자 슬라브 신화 최고신 중에 한 명인 페룬(Perun)의 축복 속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한 시간은 2주를 넘지 못했다


 ▲죽음과 겨울의 여신, 모레나. 출처>구글 검색


야릴로가 관장했던 대지는 달의 위상과 관련이 있었고 점점 모레나에 대한 관심이 식어갔다. 결국 모레나도 야릴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고 다른 신들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야릴로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에 가득 찬 모레나는 자신의 손으로 오빠이자 봄과 풍요의 신 야릴로를 죽이고 다시 죽음과 지하세계와 겨울의 수호자가 되었다.

 

모레나는 야릴로의 신체 일부로 지하세계에 자신의 집을 지을 만큼 야릴로의 배신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지만 한때 연인이었던 야릴로를 결코 잊을 수는 없었다. 지하세계와 죽음의 신 벨레스(Veles)가 나타났을 때 그녀는 야릴로를 다시 환생시키는데 동의했고 그와 함께 판테온으로 돌아왔다. 해마다 봄이 되면 야릴로는 다시 살아나 모레나에 대한 사랑 고백을 했고 가을이 되면 모레나가 야릴로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야릴로는 다시 지하세계로 들어가야만 했다. 즉 대지의 생산력을 관장하는 신 야릴로는 파종 때인 봄에 살아나서 추수가 끝나는 가을에 다시 지하세계로 내려간다는 계절의 순환을 설명하는 슬라브 신화라고 할 수 있다.

 

모레나는 늘 외로웠고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신이었기에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고 다른 신들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또 다른 죽음의 신이 태어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레나는 스바로지치(Svarozhich)를 찾아가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끈질기에 요구했다. 스바로지치는 모레나의 끈질긴 요구에 여성의 수호신인 모코시(Mokosh)를 시켜 단 하룻밤 만에 임신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다


모레나는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그녀의 연인이었던 야릴로는 죽은 상황이었고 그녀의 악명 때문에 다른 신들도 여전히 반대가 심했다. 결국 어둠과 죽음의 신 체르노보그(Chernobog)만이 그녀를 받아들였고 유일한 아들을 갖게 되었다. 모레나와 체르노보그의 아들 트리글라브(Triglav)는 폭력과 전쟁의 신이 되었다.

 

같은 죽음의 신이지만 벨레스가 즐거운 낙원을 지배한 신이었던 반면 모레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간의 생명을 불에 태워 그녀의 동굴에 영원히 보관했다. 하지만 그녀가 감시를 소홀히 한 틈을 타 피자마르(Pizamar, 기능이나 역할이 알려지지 않은 신) 여신이 그녀 몰래 인간의 수명을 늘리기도 했다. 모레나는 스바로지치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스바로지치는 777개의 눈을 가진 흉측한 괴물을 보내 모레나의 동굴을 지키게 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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