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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5 트리톤과 군계일학 (3)

중국 위진 시대에 완적, 완함, 혜강, 산도, 왕융, 유령, 상수라는 이름의 선비들이 있었다.이름만 들어서는 그렇게 대단한 인물들일까 싶을 것이다. 하지만 죽림칠현(竹林七賢)이라고 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것이다. 이들은 혼란한 세상을 피해 산 속으로 들어가 노장 사상과 무위자연에 심취했으며 문학과 음악을 즐기며 청담으로 세월을 보냈던 선비들이다. 당시 정국에 비판적이었던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소극적이나마 저항했으나 끝내는 권력의 폭력과 회유 앞에 죽임을 당하거나 현실과 타협해 정계로 돌아가고 말았다. 죽림칠현 중에서도 특히 혜강과 관련된 일화는 훗날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자성어가 되었다.

 


혜강은 사마씨 일족이 위나라를 멸망시키고 진나라를 세울 때 사마씨의 회유를 뿌리치고 죽림에 남아있다 결국 사형을 당한 인물이다. 혜강이 죽을 당시 그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이 혜소였다. 중국 진나라의 기록을 담은 역사서인 <진서>에 따르면 혜소가 장성하자 혜강의 친구가 그를 진 무제(武帝, 265~290)에게 천거했다고 한다. 무제는 흔쾌히 허락했고 비서승에 임명되었다. <진서> ‘혜소전에 따르면 혜소가 무제의 부름을 받고 낙양으로 가던 날 그를 지켜보던 이가 그의 모습이 의젓하고 느름하여 마치 닭의 무리 속에 있는 한 마리의 학이었다고 말한 데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말이 나왔다고 한다. 즉 많은 사람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을 이를 때 쓰는 표현이다.

 

군계일학에 해당하는 우리말로는 덩두렷하다가 있다.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웅장하게 높으며 흐리지 않고 분명하다라는 뜻으로 무리 중에 빛나는 한 사람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영어로는 군계일학을 어떻게 표현할까? 영어에 ‘트리톤 어멍 미노즈 Triton among Minnows란 말이 있는데 직역하면 작은 물고기 중의 트리톤으로 군계일학과 같은 의미다. 이 말이 군계일학의 영어 표현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트리톤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트리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다. 그리스 신 중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신이라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애니메이션 인어공주’(1989)를 본 독자라면 삼지창을 들고 다니는 반인반어의 할아버지를 기억할 것이다. 애리얼의 아버지이자 아틀란티카의 왕이었던 이 반신반어 할아버지가 바로 트리톤이다. 인어공주 설정에 맞게 새로 창조된 캐릭터로 아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리톤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 중의 한 명이다.

 

트리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다. 바다의 여신 암피트리테가 트리톤의 어머니다. 부전자전. 신화에 대한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삼지창을 들고 있는 트리톤을 보고 그 아비를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트리톤은 반신반어로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을,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트리톤은 아버지 포세이돈과 바닷속 궁전에 살면서 해마를 타고 다닌다. 바닷물이 잔잔할 때면 물 위로 올라와 소라고동을 불어 작은 물고기와 돌고래를 불러 놀았다. 또 소라고동을 불어 거친 파도를 잠재우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트리톤이 작은 물고기와 함께 돌고래를 불러 유희를 즐긴 이유가 따로 있었는데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가 결혼한 과정과 관련 있다.

 

포세이돈의 아내인 암피트리테는 네레우스와 도리스의 딸로 피를 나눈 자매만 50명에 이른다. 이들 중 포세이돈이 혼인 상대로 꼽은 이가 바로 암피트리테였다. 하지만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이 맘에 들지 않았고 아틀라스에게 도망갔다. 포세이돈은 돌고래를 보내 암피트리테를 데려왔고 끝내 결혼에 성공했다. 역시 부전자전이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트리톤이 놀이 상대도 아버지처럼 돌고래였으니 말이다.

 


트리톤이 그리스 신화 속에서 그리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순간마다 깜짝 등장하는 신이기도 했다. 제우스가 아버지 세대인 거인족 기간테스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올림포스 시대를 열도록 도와준 신 중에 한 명이 트리톤이었다. 트리톤은 소라고동을 불러 기간테스를 진압했다. 또 이아손이 아르고호를 타고 황금양모를 찾아 떠난 모험에서도 트리톤은 호수에 갇혀 바다로 가는 길을 잃은 아르고호를 바다로 던져 도와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의 미미한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예술 작품에서는 트리톤이 종종 등장한다. 트리톤도 삼지창을 들고 다녔지만 예술작품에서는 삼지창은 아버지 포세이돈의 상징물로 표현되고 대신 아들인 트리톤은 소라고동을 부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17세기 이탈리아 조각가 로렌초 베르니니의 포세이돈과 트리톤이 대표적이다. 20세기 초 활동했던 이탈리아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가 그린 트리톤과 님프라는 작품도 유명하다. 한편 태양계의 8번 째 행성이 해왕성인데 영어식 이름 넵튠을을 우리말로 해석한 이름이다. 넵튠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 해당하는 로마 신화에서의 이름이다. 또 해왕성을 도는 14개의 위성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트리톤이다. 해왕성을 도는 13개 위성의 질량을 다 더해도 트리톤의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닭 무리 중에 학이나 작은 물고기 중에 트리톤이나 덩두렷하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해왕성을 도는 위성의 질량을 다 더해도 또 하나의 위성인 트리톤의 0.3%에 불과하다니 해왕성 위성 중에서도 트리톤은 그야말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이자 트리톤 어멍 미노즈 Triton among Minnows’. ◈사진> 인어공주, 포세이돈과 트리톤, 트리톤과 님프. 출처:구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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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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