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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1 조국을 버린 문인들, 그러나 조국은 그들을 사랑했다? (21)

20세기 한국소설 1/창비사 펴냄

창비사에서 발간한 [20세기 한국소설] 시리즈 제1권 [20세기 한국소설 1]을 아우르는 주제는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자들이다. 아직도 고대 한문소설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던 신소설과 달리 여기에 소개된 10편의 소설들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근대소설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평가받을만한 작품들이다.

문학적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길지않은 소설(단편, 중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하나의 리뷰를 작성할 때마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한가지 새로운 발견이라면 10편의 리뷰를 올리는 동안 블로거들의 반응은 호불호가 분명했다는 점이다.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그래서 버려야 할 것과 간직해야 할 것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 했다. 그럴수록 나는 그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어두운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 특히 문학인들의 문학적 성과와는 별개로 그들의 어긋난 행적에 관한 역사를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단비처럼 다가온 문학인들

우리가 문학을 대하는 태도는 오로지 교과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과서에서 뛰어난 작품이요, 위대한 작가라고 하면 그런 줄로만 알지 나만의 해석을 찾기에는 우리 교육이 그렇게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새롭게 발견한 신채호와 나혜석, 양건식의 소설은 가뭄에 단비처럼 느끼기에 충분했다. 

평생 조국해방을 꿈꾸며 살았던 붓대신 총을 들었던 지식인, 그러나 뒤틀린 역사의 물줄기는 그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려 했던  비운의 독립운동가 신채호. 그의 소설 『용과 용의 대격전』 은 해방된 조국이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를 알게 했다. 그는 아나키스트였다. 이 소설에서 그는 무정부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무정부주의는 그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제국주의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최선의 도구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 신채호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행려병자로 차가운 거리 위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나혜석의 소설 『경희』는 당당한 인간으로 살고자 했던 신여성의 고민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그녀로부터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장애인, 성적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얼마나 변했을까? 어느 누구도 유쾌한 대답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 양건식의 『슬픈 모순』은 제국주의의 침략과 더불어 상륙한 자본주의를 대하는 당시 지식인의 또다른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조국을 버린 문학인들

이광수와 김동인 그리고 현상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한국 근대문학의 개척들임과 동시에 조국을 버린 변절한 친일파들이었다는 점이다. 또 이들은 언론인이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이들의 변절은 학습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수히 많다. 이들이 남긴 작품들은 교과서를 도배하고 있고 배신당한 조국은 이들을 무한히 짝사랑하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아니 청산되지 못한 잘못된 역사의 비극이다. 해방으로 황국의 신민이 될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한탄한 이광수를 버젓이 위대한 문학인으로만 칭송하는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사회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광수의 『어린 벗에게』, 『무명』, 현상윤의 『핍박』, 김동인의 『배따라기』,『태형』,『감자』, 『붉은 산』등의 문학적 가치와 이들의 변절 행적이 동시에 가르쳐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세기 한국소설 1]을 마치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신선했고 착잡했다'. 교과서에서는 외면한 문학인들을 만나서 신선했고 소설을 소설로 읽지 못해서 착잡했다. 간행사에서 밝혔듯이 오늘을 가늠하고 내일을 짐작하고자 만나는 인연이고 악연이라면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잘못된 역사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무심한 정권의 방해로 주춤하고는 있지만, 그러나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강줄기는 갑자기 튀어오른 돌덩이에 부딪칠지언정 흐름을 멈추지는 않는다. 문학사적으로 그 위치가 너무도 큰 그러나 조국을 배반한 문학인들에 대한 단죄는 역사의 끊김이 아니다. 역사라는 이름으로 흘러온 올바른 물줄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강여호 리뷰 보기*
용과 용의 대격전, 어린 벗에게, 무명, 핍박, 슬픈 모순, 경희, 배따라기, 태형, 감자, 붉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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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여강여호 트랙백 0 :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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