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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12 헤카테, 고대인들의 월식에 대한 생각 (3)

그리스 신화▶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영국)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에서 마녀들이 주인공 맥베스에게 헛된 욕망을 심어주기 위해 모의하고 있는 장면이다. 


"지금 즉시 출발하여 지옥의 아케론강 동굴로 가서 새벽녘에 만나자. 맥베스는 그곳으로 자기의 운명을 알아보러 올 것이다. 너희들의 마술과 도구를 준비해 두어라. 주문과 그밖의 모든 것도 함께. 나는 공중으로 날아가마. 오늘 밤에는 가동할 치명적인 일을 저질러야겠다. 큰일은 오전 안에 끝마쳐야 한다. 저 달 한구석에는 수증기 같은 물 한방울이 괴어 있는데, 땅에 떨어지기 전에 그것을 받아서 마법으로 증류시키면 이상스런 정령들이 나타나고, 그 환영의 힘에 끌려 그놈은 파멸하고 말 것이다. 그는 운명을 차버리고 죽음을 조소하고 야망을 안고 지혜도 은총도 공포도 무시한 채 헛된 욕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알고 있다시피 방심은 인간의 가장 큰 적이다."-세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 중에서-


주인공 맥베스는 강렬한 감수성을 지닌 훌륭한 장군이었는데 어느날 장차 스코틀랜드의 왕이 되리라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고 엉뚱한 야망을 품는다. 그의 아내 또한 그를 부추긴다. 결국 맥베스는 덩컨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르지만 점점 폭군으로 변해간다. 맥베스 부부는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으로 공포와 불면의 나날을 보낸 끝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맥베스 부부의 비극적 종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죽음 이후 스코틀랜드는 질서가 회복되고 안정을 되찾아간다. 세익스피어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 불러온 비극을 맥베스 부부를 통해 경고하고 있다. 위 <맥베스> 인용문의 화자가 바로 헤카테(Hecate)로 마녀들의 우두머리이다.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이긴 하지만 그냥 마녀의 대명사로 더 유명하다.  

헤카테는 서로 등을 맞댄 세 개의 몸체를 지닌 삼신상으로 표현된다. 출처>구글 검색


그리스 신화에서 헤카테는 마법과 주술의 여신으로 티탄 신족인 아스테리아(Asteria)와 페르세스(Perses)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올림포스 신들과 기간테스 사이에 전쟁(기간토마키아, Gigantomachy)이 벌어졌을 때 올림포스 신들의 편에 서서 싸운 덕에 제우스로부터 티탄 신족 중에는 유일하게 기존의 권력을 그대로 유지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제우스의 존경까지 받았다고 한다. 헤시오도스는 <신들의 계보>에서 헤카테의 출생과 위상을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자 훗날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라고 불리도록 페르세스가 아스테리에를 자기 큰 집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아스테리에가 헤카테를 잉태했다가 낳자 크로노스의 아드님(제우스)께서 누구보다도 그녀의 명예를 높여주셨다. 그분께서는 그녀에게 빼어난 선물들을 주셨으니, 대지에도 추수할 수 없는 바다에도 그녀가 제 몫을 갖게 하셨던 것이다. 헤카테는 별 많은 하늘로부터도 제 몫의 명예를 받았으며 불사신들에게 가장 존경받았다. 지금도 지상의 인간들 중에 누군가 훌륭한 제물을 바쳐 관습에 따라 신들을 달래려고 할 때는 헤케테를 부르기 때문이다."-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중에서-


헤카테는 그리스 고유의 신은 아니다. 소아시아에서 대모신으로 숭배되었던 여신으로 그리스로 건너온 이후에는 마법과 주술의 여신이 되었다. 헤시오도스의 언급대로 다방면에서 인간에게 유익한 신이었으나 그리스 신화의 다른 신, 가령 아르테미스, 페르세포네, 세멜레 등과 역할이 겹치면서 확고한 위치를 잡지 못하고 마법의 신에 머물고 말았다. 외래신의 한계였을 것이다. 한편 헤카테는 바다의 신 포르키스(Phorcys)와 결합해 님페였다 바다 괴물이 된 스킬라(Scylla)를 낳았다고도 한다. 헤카테의 신으로서의 다양한 역할들이 있긴 했지만 비극 <맥베스>에서 보듯 신보다는 마녀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불길한 징후로 여겼던 월식 현상에 헤카테를 끌어들였다. 

벌레먹은 달이 월식(月蝕) 현상이다. 출처>구글 검색


마야 문명의 최후를 그린 멜 깁슨 감독의 영화 '아포클립토'에서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조금씩 사려져 가는 상황에서 인신공양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월식의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월식은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게다가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과 달리 부분 월식 때는 달이 평소와 달리 붉게 보이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했다. 고대인들에게 붉은 달은 재앙과 불길함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붉은 달을 '레드(Red)'가 아니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고 불렀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붉은 달'이 뜨면 헤카테가 저승의 개를 끌고 나타나 저주의 마법을 부린다고 믿었다. 과학의 발전이 밝혀낸 부분 월식 때 나타나는 '붉은 달'의 원인은 빛의 산란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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