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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전설/그리스

인간은 절대 이 허약하고 골골대는 노인(게라스)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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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라스(Geras)는 그리스 신화 속 노화(또는 노령)의 신이었다. 그는 어둠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여신 닉스의 아들로 우정의 여신 필로테스와는 남매지간이었다. 게라스는 룩투스(슬픔), 메투스(공포) 등 다른 하급 신들과 함께 어울리며 지하세계에 집을 짓고 살았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Aristophanes, BC 446년~BC 386년)는 게라스가 다른 신들과 함께 올림포스 산에 살았다고 주장했다.

 

로마인들에게 게라스는 세넥투스(Senectus)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스인들과 마찬가지로 로마인들에게도 게라스의 위축되고 허약한 몸은 노령뿐만 아니라 노화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상징했다. 로마인들은 또 게라스를 지팡이에 의지한 연약한 노인으로 묘사했다. 스핑크스의 그 유명한 수수께끼 즉 아침에는 네 다리로, 오후에는 두 다리로, 밤에는 세 다리로 걸어 다니는 존재는 분명 게라스를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누구나 다 알겠지만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인간으로 아기였을 때는 네 다리로 걸어 다니고 어른이 되었을 때는 두 다리로 걷고 노인이 되면 지팡이에 의지해 세 다리로 걷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화병. 출처>구글 검색

 

게라스는 영웅 헤라클레스와 함께 그리스 화병에 그려진 그림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리스 예술 작품에서 게라스는 전형적으로 토가를 입고 지팡이에 기대고 있는 노인으로 묘사되었다. 그는 도움을 청하듯 손을 내밀고 헤라클레스를 올려다 본다. 하지만 이 장면들 뒤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토가(Toga)는 고대 로마 남자들의 정장으로 반달 모양으로 재단한 천을 투니카 위에 두르는 것이다. 미디어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토가는 고대 로마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 토가는 로마에서 시작된 의상은 아니고 고대 그리스의 키톤(옆이 트이지 않은 형태의 튜닉)의 영향을 받았다. 참고로 고대 로마 여성들의 정장은 스톨라(Stola)라고 불렀다.

 

‘게라스(Geras)’라는 용어는 고대 그리스에서 일종의 ‘지혜’를 의미했다. 그것은 사람들이 타인으로부터 얻은 미덕이자 또 다른 무엇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게라스는 더 많은 용기와 명성을 얻었다. 현대의 노인병학을 의미하는 ‘제리아트릭(Geriatric)’이라는 단어는 게라스에서 기원했을 것이다. 게라스는 또 장례식 때 고인에게 바쳐진 명예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화병. 출처>구글 검색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붉은 꽃병은 두 개의 장면을 보여준다. 오른쪽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헤라클레스가 묘사되어 있다. 그의 머리와 어깨는 네메아 사자의 가죽으로 덮여 있고 왼손은 몽둥이를 들고 있다. 이 화병을 만든 작가는 영웅의 힘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근육질의 팔과 다리 외에도 복부와 가슴 근육도 매우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수염과 머리카락은 무성하고 검고 단정하다.

 

이 꽃병에서 헤라클레스는 다른 남자를 뒤쫓고 있다. 얼핏 봐도 쫓기는 사람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 보인다. 그의 어깨는 움푹 들어갔고 도망치듯 뒤돌아 서 있다. 뒤로 뻗은 그의 두 팔은 헤라클레스의 오른팔 굵기에 불과하다. 그의 가슴과 복부 근육은 흔적조차 없다. 다리와 허벅지는 새다리처럼 가늘고 골반뼈가 툭 튀어나와 있다. 그의 생식기는 털이 없고 머리카락과 수염은 드문드문 나 있다. 이 허약해 보이는 노인이 바로 게라스이다. 헤라클레스의 유명한 투쟁들은 수많은 고대 자료들에 보존되어 있다. 그가 열 두 과업을 수행하는 동안 그는 인류의 많은 적을 물리쳤다. 하지만 그가 한 때 인간의 또 다른 적인 노령(또는 노화, 게라스를 말함)을 쫓았다는 이야기는 아테네의 화병에서만 알려져 있고 고대 문헌에는 그 흔적이 없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보존된 또 다른 화병은 게라스와 헤라클레스를 묘사한 또 그림이 묘사되어 있다. 영웅은 지팡이에 기댄 구부러진 노인의 머리를 움켜쥐고 오른손으로 몽둥이를 위협적으로 들어올리고 있다. 이 이미지들은 이야기의 개요만 제공하고 있다. 그리스 화병 화가들은 헤라클레스가 게라스와 대결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영웅은 노년과 죽음을 이겨냈다. 그의 마지막 시간은 그가 완전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고 그가 죽은 후 그의 몸은 다른 인간의 그것처럼 장례식 장작 위에서 죽지 않고 하늘로 올라갔다. 신들은 그를 받아들였고 그는 불멸의 신들 사이에서 헤라의 딸 헤베(청춘의 여신)의 남편으로 살았다.

 

헤라클레스와 달리 우리 인간들은 끊임없이 게라스와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안다. 제 아무리 건장한 인간이라도 저 허약하고 골골대는 노인 게라스의 추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늙고 죽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자 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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