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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포스팅/북 리뷰

野神 김성근, 차별과 편견을 딛고 일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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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의 <꼴찌를 일등으로>/2010년

프로야구 순위경쟁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던 지난해 8월 말, 정규시즌 중반까지 1위를 달리던 SK 와이번스는 1위는 고사하고 2위 두산 베어즈에까지 승차가 2게임 차로 벌어진 3위로 처져 있었다. 2위 탈환의 승부수를 걸어야 했던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뜻밖에도 현재 1위인 기아 타이거즈가 목표라고 했다. 아직 게임이 많이 남아있긴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 말에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결국 2009년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으로 흥행에 대성공을 거둔 한 해였다.

누가 김성근을 야신(野神)이라고 했던가? 9월8일 SK 와이번스는 기아 타이거즈와의 2연전 첫 경기를 16-3 승리로 장식하고 기아와의 게임차를 2게임으로 좁혔다. 이에 2009년 프로야구 순위경쟁은 본격적으로 안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역시 김성근’이라는 찬사가 하루아침에 급조된 말이 아님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野神 김성근,
빼빼 마른 체격으로 나이에 걸맞는 중후함도 풍기지 않는다. 어눌한 말투는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만든다. 그러나 김성근은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조련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명장 중의 명장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좋아하는 구단에 상관없이 그의 이름 석자에서 위대함을 느낀다. 나 또한 기아 열혈팬이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에 대해서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데 1초의 망설임도 없다.

이처럼 김성근 감독이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 지도자가 된 데는 그의 타고난 야구에 대한 자질과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를 더 꼽는다면 ‘재일교포’라는 이방인 아닌 이방인으로 이 땅에 정착하면서 느꼈던 차별과 그 차별에 당당하게 맞서고자 했던 그의 피나는 노력이 아니었나 싶다.

[꼴찌를 일등으로]는 김성근 감독의 자서전이다. 제목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일등만능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밟고 일어서야만 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사회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결과만 본다면 어울리는 제목이지만 과정에 대한 평가가 야박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는 듯 하다. 지금의 결과를 가져오기까지 김성근 감독이 겪었던 수많은 야구에 대한 도전과 이방인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이 더욱 도드라졌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몸 속을 흐르는 피로 인해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방인이 되어야만 했고 그래서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 삶을 살아야만 했던 살아야만 했던 그의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어느덧 대한민국은 외국인 100만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백인들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인종차별을 극복하기보다는 되레 배우고 있는 현실이다.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뿐인가 재외동포에 대해서는 인종차별을 능가하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 엄격하다 못해 지나친 잣대를 들이대 그들을 바라본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고 하더니 이게 우리의 모습이 되어 버렸다. 

지난해 아이돌 그룹 2PM의 박재범이 연습생 시절 끄적거렸던 글이 한국인 비하라는 논란을 일으키며 팀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아직 확실한 가치관을 정립하지 못한 미성년자의 한 줄 글마저 마녀사냥의 빌미가 되어버릴 만큼 우리사회는 각박해졌고 관용을 잃어버렸다.

김성근 감독의 자서전인 [꼴찌를 일등으로]는 이런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현실을 차분하게 되볼아보게 해 준다. 타인을 딛고 일어서야만 했던 경쟁이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유일한 밥벌이의 해방구였다면 더불어 살기 위한 경쟁이 나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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