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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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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들, 무노조 삼성과 맞서다 출처: 경향신문/2030콘서트/'설국열차'와 삼성전자서비스노조 by 홍명교/사회진보연대 활동가 “나는 삼성이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어제 아침 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나는 삼성전자서비스 ○○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었고, 그는 하루 15시간 노동의 고된 발걸음에 나서던 중이었다. 무더운 여름 하루도 쉬지 않고 삼성전자서비스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삼성전자 제품을 가득 안고 나서는 그가 왜 그렇게 말했을까? 순간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아이를 뺏긴 한 남자가 팔이 잘리는 형벌을 받았을 때, 열차의 2인자 메이슨은 남자의 머리 위에 구두를 올려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구두는 머리에 쓰는 것이 아니듯 꼬리칸의 ‘천박한 것들’은 ..
희망은 절망의 생채기에 돋아나는 새살이다 노랑무늬영원/한 강/2003년 한 대학생이 조지아주 브룬스윅행 버스에서 수년간의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아내가 있는 자신의 옛집으로 가던 한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는 아내가 자신을 받아줄지 고민하던 중 교도소에서 아내에게 미리 출소 날짜를 알려주고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준다면 집 앞의 참나무에 노란색 손수건을 걸어달라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아내가 자신을 받아주길 간절히 원했지만 선택은 아내의 몫이었다. 버스가 자신의 옛집에 가까워오자 그 남자는 가슴이 떨려 볼 수 없었던지 그 대학생에게 참나무에 손수건이 걸려있는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승객들도 가슴을 조이며 차창 너머로 마을 입구를 바라보았는데, 그 남자가 말했던 참나무에는 노란색 손수건이 한가득 매어져 있었다고 한다. ..
고달픈 20대와 똘똘뭉친 50대 내가 이리도 속 좁은 놈인 줄을 오늘에야 알았다. 조간신문을 받자마자 폐휴지함에 처박아 버렸다. 여태 TV도 켜보지 않았다. 인터넷은 내 블로그와 내 이웃 블로그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다음뷰 창 두 개만 열어 놓았다. 밤새 어느 때보다 즐겁게 일했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았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려야지 안 그러면 홧병이라도 생길 것 같아서였다. 축제(?)의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나란 놈은 겉으로는 대범한 척 하지만 속에는 좁쌀영감이 고집스런 표정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위 IMF 세대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교조 세대이기도 하다. 학창 시절에는 역사를 배우고 정의를 배웠지만 정작 사회에 내딛는 첫걸음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새천년의 설레임은 강 건너 어렴풋이 보이는 난..
민초들의 희망을 허무주의적 시선으로 그려야만 했던 이유 사평역/임철우/1983년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댐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줌의 눈물을 불빛 ..
노부부가 수몰지구 오두막집에 사는 이유 당제/송기숙/1983년 정부는 지난 8일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북측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에 통지문을 보내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재개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17일 개성이나 문산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5.24조치(2010년 3월26일 발생한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대북경제제재로 남북교역 중단, 방북 중단, 북한선박 운행 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체적 부실정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5년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던 이명박 정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독선과 오만, 불통이라는 부정적 단어들을 빼면 딱히 설명..
호텔 캘리포니아, 배호, 꽃다지의 공통점 한창훈의 /2012년 노래에는 희로애락이 있다. 기뻐서 부르고 또 눈물 속에 노래를 담기도 한다. 노래에 염원을 담기도 하고 원망도 노래로 풀어낸다. 내 인생을 노래에 담기도 하고 누군가의 노래에 내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기도 한다. 노래로 사랑의 진심을 보여주기도 하고 노래의 달콤함에 사랑을 확인하기도 한다. 노래란 이런 것이다. 그래서 노래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여기 세 여자에게도 노래는 우여곡절 많은 삶의 자화상이자 중력의 무게를 부력으로 상쇄시키는 물같은 존재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의 야간업소에서 일했던 그녀들의 삶에는 어떤 사연들이 있었길래 저마다의 애창곡을 갖게 되었을까. 어차피 세상은 천국 아니면 지옥? 어두운 사막의 하이웨이. 차가운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쳐요. 저 멀..
화성에 불시착한 스물일곱 청춘의 퍼즐게임 김경욱의 /1997년 블랙 러시안(Black Russian)이란 칵테일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깔루아와 보드카를 1대2의 비율로 잘 섞어주면 강하면서도 달콤한 맛의 블랙 러시안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하기야 성인이 되고 마셔본 칵테일이라곤 진토닉(Gin & Tonic) 밖에 없으니 나는 그 맛을 알리 없다. 이름에서 어딘가 모르게 침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질 뿐이다. 얼마만큼의 신빙성이 있는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식 검색을 뒤져보니 과거 ‘철의 장막’으로 불렸던 공산주의 소비에트 연방(소련)을 상징한다고 하니 그 맛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작가 김경욱은 블랙 러시안이라는 칵테일을 소재로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 블랙 러시안에 관련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기는 했지만 선뜻 그 관련..
그곳에는 타락한 동심 쑈리가 있었다 송병수의 /1957년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혀 아이답지 않은 어린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속담 퀴즈를 척척 알아맞춘다. 영어도 곧잘 한다. 아빠의 고단한 생활을 얘기하면서 눈물까지 흘린다. 그 아이들 틈 속에서 속담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장황하게 정답을 설명하는 한 아이는 마치 외계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천진난만함이 되레 이상하게 비쳐진다. 부모의 아이를 배려하지 않는 눈높이와 대리만족이라도 느낄것처럼 쏟아내는 부모의 욕심은 순수하고 순진해야 할 아이들을 애어른으로 만들어버리는 세상이다. 여기 또 한 명의 애어른이 있다. 극히 순화된 표현을 빌려서 애어른이지 실은 어른들의 어두운 그림자를 흉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