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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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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어느 지식인의 일기를 통해 본 전쟁의 내면한 진실 역사 앞에서/김성칠(1913~1951)/1993년/창작과 비평사 1950년 6월 25일 낮때쯤 하여 밭에 나갔더니 가겟집 주인 강군이 시내에 들어갔다 나오는 길이라면서 오늘 아침 38전선에 걸쳐서 이북군이 침공해와서 지금 격전중이고 그 때문에 시내엔 군인의 비상소집이 있고 거리가 매우 긴장해 있다는 뉴스를 전하여주었다. 마의 38선에서 항상 되풀이하는 충돌의 한 토막인지, 또는 강군이 전하는 바와 같이 대규모의 침공인지 알 수 없으나, 시내의 효상을 보고 온 강군의 허둥지둥하는 양으로 보아 사태는 비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이북의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에서 이른바 호소문을 보내어온 직후이고, 그 글월을 가져오던 세 사람이 38선을 넘어서자 군 당국에 잡히어 문제를 일으킨 것을 상기하면 저쪽에서 계획적..
항일무장투쟁에 직접 참여했던 작가의 생생한 현장 기록 김학철의 /1946년 1938년 중국 우한에서 조직된 항일무장투쟁 부대인 조선의용대의 일부는 옌안[延安] 지역으로 이동해 중국공산당과 연합하여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는데 이 부대가 훗날 조선의용군의 모태가 되었다.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무장단체인 조선의용군은 치열했던 항일 투쟁사만큼이나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고발해 주고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북한에서는 소위 말하는 '연안파 숙청'의 당사자가 조선의용군 출신들이었고 남한에서는 '반공'이라는 국시 아래 철저하게 외면당한 독립운동단체가 바로 조선의용군이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조선의용군을 비롯한 중국에서 활동했던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무장투쟁단체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세월과 시대의 외면 속에 당시의 기록들이 온..
안철수 교수의 양보가 아름다운 이유 이선희의 /1946년 해방으로 황국신민이 되지 못해 한탄한 이광수를 말하냐고? 일본 제국주의가 항복한 날아침까지 총독부에 찾아가 일본을 위해 무엇을 할지 물어본 김동인을 두고 한 말이냐고? 이 도발적인(?) 제목을 그들만의 일로 단순화시킨다면 우리는 여전히 해방을 지나치게 관념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궁금증은 잠시 접고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로 화제를 돌려보자. 개표 가능한 투표율 33.3%에 한참 못 미치는 25.7%의 투표율을 두고 여도 야도 제각기 승리라고 주장하는 꼴을 보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한나라당은 비록 개표함은 열지 못했지만 투표한 25.7%의 서울시민은 한나라당 적극 지지층으로 지방선거나 총선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자당이 압승할 수 있는..
월북과 탈북의 경계에 선 사람들 계용묵(1904~1961)의 /「동아일보」(1946.12.1~31) 이순신은 영웅이다. 존경하는 역사인물을 꼽으라면 늘 1,2위를 다툰다. 영웅은 신화로 비약한다. 누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절명의 순간에도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죽음마저 초월해 범접하기 힘든 성인의 경지에까지 올라갔다. 생물학적으로야 이미 죽었지만 여전히 그는 살아있는 존재다. 인간과 신의 구분을 불멸에 둔다면 이순신은 신이다. 역사는 앞으로도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과 함께 장렬히 전사한 수천, 수만의 범부(凡夫)들도 있을진대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역사는 굳이 그들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동서고금의 역사에는 영웅은 있을지언정 사람은 없다. 꿈에 그리던 해방, 환희로 가득찼던 해방 서울에는 사람이 ..
판타지로 읽는 어느 아나키스트의 꿈 신채호(1880~1936)의 /1928년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이 땅에서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던 단재 신채호(丹齋 申采浩) 선생의 며느리 이덕남씨가 친일파 후손들이 조상땅 찾기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하고 있는 현실과 반대로 남편은 독립운동가인 아버지 신채호 선생의 아들임을 밝히기 위해 기나긴 법정투쟁을 벌여야만 했던 현실을 개탄하며 한 말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국이 광복된 지 64년이나 지난 2009년에야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했다. 앞서 1986년 호적을 취득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라는 자부심에 살았어야 할 신채호 선생 후손이 자부심 대신 사치를 얘기한 현실에 가슴 아플 뿐이다. 20세기 초 1,2차 세계대전..
'국가가 나에게 해준 게 뭐 있어' [20세기 한국소설] 중 채만식의 『논 이야기』/「협동」(1946.10)/창비사 펴냄 파출소 한 켠 긴 의자에는 늘 한 남자가 자고 있다. 넥타이는 반쯤 풀어져 있고 양복 윗도리는 의자에 걸쳐져 있으며 흰색 와이셔츠는 바지 밖으로 삐져나와 추레하기 짝이 없다. 신문지로 경찰서 아니 스튜디오의 환한 조명을 가리고 자고 있는 이 남자. 그도 평범한 늑대인지라 여우의 향기에 벌떡 일어나 방청객을 향해 사자후(?)를 토해낸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방청객들은 박수를 넘어 열광적인 환호로 이 술취한 남자의 등장을 맞이해 준다. 많은 논란 끝에 폐지되었던 KBS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코너에서 박성광은 이렇게 세상을 향해 소리쳤다. 방청객들과 시청자들은 묘한 카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