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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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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슬프게 하는 것들 파이돈/플라톤(BC427~BC347) 지음/최현 옮김/범우사 펴냄 우리는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눈물을 삼켰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리저리거닐다가 한참 후에 다리가 무겁다고 하면서 반듯이 누웠습니다. 그분에게 약을 내민 사람이 그렇게 일렀던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자리에 눕자 사나이는 종종 소크라테스의 손과 발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발을 꾹 누르면서 감각이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감각이 없다고 대답하자 다리를 눌러 보면서 우리에게 몸이 식어가고 굳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서 다시 말하였습니다. “독이 심장에까지 퍼지면 마지막이 됩니다.” 하반신이 거의 다 식었을 때에 그는 얼굴을 가렸던 것을 제치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이것이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
아폴론의 금지된 사랑에서 유래한 단어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 빚졌네." 죽음 앞에서 이렇게 태연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술의 신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질병이 치료되면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을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독배를 마시고 숨이 끊어지기 직전 제자들에게 했다는 이 말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사상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삶과 죽음에 대한 그의 사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병의 치유로 인식했던 모양이다. 삶이란 병이다. 죽음은 곧 삶이라는 질병에서 해방되는 순간이며 죽음이란 끝이 아니라 영혼과 육체의 분리에 불과하다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사상을 보여주는 역설적 유머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영혼은 불멸하며 죽음이라 가장 순수한 영혼의 세계로..
[파이돈]에 등장하는 신화 관련 내용 정리 제우스, 헤라, 포세이돈, 테세우스, 아르테미스....그리스 신화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한다. 모두 천상을 대표하는 신들이지만 인간적인 결점까지 갖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 중에는 신만 있는 건 아니다. [그리스 로마신화] 한 권으로 말단 은행원에서 일약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토마스 불핀치도 그리스 신화의 영웅 중 한명이다. 아서왕 이야기로 유명한 [원탁의 기사]도 토마스 불핀치의 주요 작품 중 하나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신화]는 불핀치의 창작물은 아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설화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 플라톤의 [향연]등에 등장하는 신화적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해서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닭 한마리 빚진 까닭은? "오,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내가 닭 한 마리를 빚졌네. 기억해 두었다가 갚아주게." 플라톤의 [파이돈]에 의하면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으로 통한다. 그의 능력이 얼마나 신통했던지 죽는 사람까지 살려냈다고 한다. 누군가 죽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는 '저승의 신' 하데스의 노여움을 산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의 벼락을 맞고 죽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병이 나으면 감사의 뜻으로 아스클레피오스신에게 닭을 바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대단한 역설이 아닌가! 죽음을 코앞에 두고 의술의 신에게 감사를 표하다니....또 이 얼마나 당당한 포스인가! 예수, 석가, 공자와 함께 4대 성인으로까지 추앙받는 소크라테스다운 의연함이 돋보이는 극적..
지옥을 흐르는 4대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인지상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선한 자와 악한 자가 죽어서 가는 곳도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선한 자가 죽어서 하늘 나라로 가고 악한 자는 죽어서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선한 자가나락으로 떨어진다거나 악한 자가 하늘 나라로 간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지하 저 깊은 곳에는 '타르타로스'라는 지옥이 있다고 한다. 사실 타이타로스는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계보를 따지자면 태초의 하늘의 신 아이테르와 대지의 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신으로 최상위에 속하는 신이다. 아마도 신들이 보기에 인간은 늘 영악하고 무례하고 싸우기를 좋아해서 하늘과 땅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