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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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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모든 것들의 어머니, 카오스 카오스Chaos는 창조의 새벽에 나타난 최초의 태초의 신이었다. 카오스에 이어서 가이아와 타르타로스, 에로스가 나타났다. 카오스는 대지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와 안개의 낮은 대기였다. 카오스라는 말은 ‘갈라진 틈’ 즉 하늘과 대지 사이의 공간을 의미한다. 카오스는 안개로 둘러싸인 존재-에레보스(어둠), 아이테르(대기), 닉스(밤), 헤메라(낮)-의 어머니이자 할머니였다. 또 여러 가지 감정을 추동하는 다이몬(영혼)도 카오스의 후손이었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또한 카오스의 손녀였다. 참고로 모이라이의 어머니는 밤의 여신 닉스다. 대기의 여신으로서 카오스는 또한 새들의 어머니였다. 이것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육상동물들의 어머니이고 바다의 여신 탈라사가 모든 물고기들의 어머니인 것과 같은 이치다. 후기 고전..
혼돈을 깬 홀과 숙의 정체는? 창조의 사전적 정의는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이다. 또 '신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든 행위'를 두고 창조라고도 한다. 즉 무에서 유를 창출하거나 발명해 내는 것이 창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인류 역사상 어느 창조물이나 발명품도 완전무결한 무에서 비롯된 것은 없다. 마치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혹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흩어져 있는 물질이나 기술, 정보 등을 수습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창조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의 사전적 의미 중 하나인 '신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든 행위'도 사실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아니다. 전세계 어느 신화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을 창조로 정의하지 않는다. 무질서한 상태에 상태에 질서를 부여하..
잔혹한 출근 찬바람 부는 계절이 오면 뭐가 그리도 급한지 해는 서둘러 서산을 넘는다. 여름이었다면 한창 마지막 열기를 내뿜고 있을 시간인데 말이다. 초봄인 양 따사로왔던 낮의 열기는 에레보스(그리스 신화, 카오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암흑의 신)의 방문과 동시에 급격히 시들해지기 시작한다. 때를 놓칠세라 동장군은 도둑처럼 찾아오고야 만다. 낮 동안 텅 비었던 아파트 주차장은 크고 작은 차들이 제자리를 찾기위해 분주하다. 아기새에게 먹일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온 새들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가 아파트 복도를 가득 채운다. 뉘 집에서 새어나오는지 청국장 냄새가 스멀스멀 콧끝을 자극한다. 언젠가 본 적 있는 윗층의 젊은 부부와 아이들은 한나절만의 상봉이 그리도 즐거운지 쿵쾅쿵쾅 요란스럽다. 이 부부는 뉴스도 안보다보다...
서른,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벚꽃 새해/김연수/2013년 처음 만난 사람끼리 서로의 나이 물어보기를 꺼리는 서양인들은 십 년마다 돌아오는 아홉 번 째 생일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지난 십 년의 끝이면서 새로운 십 년의 시작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열아홉 번 째 생일은 본격적인 성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로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의 국경이 사라진 요즘 우리라고 시간이나 세월이 주는 의미가 다를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서른이 가지는 의미는 서양에서의 열아홉 번 째 생일만큼이나 특별한 시간이나 세월이지 싶다. 김연수의 소설 에서 요즘말로 주인공 성진의 '구여친'인 정연이 '내가 먼저 서른살이 됐다면, 내 쪽에서 먼저 보기 좋게 오빠를 차버렸을 ..
단 5분간의 회담이 결렬된 이유 김성한의 /1955년 "저걸 좀 내려다보아라. 과거는 잊어버리자. 저걸 수습해야 할 거 아니냐? 요컨대 너와 나의 싸움이니 적절히 타협하잔 말이다. " "그게 역사죠. 역사는 당신과 나의 투쟁의 기록이니까." "그러나 이건 진전이 아니라 말세다." "당신의 종말이 가까웠으니까……" "내 종말은 즉 세상의 종말이 아니야?" "흥, 그거 또 괴상한 얘기로군." - 중에서- 프로메테우스와 신이 구름 위에서 인간세상을 내려다보며 단 5분간의 짧은 회담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인간세상에서는 프로메테우스와 신을 대리하는 자들이 열변을 토해내고 있다. 그러나 회담의 아름다운 결정체가 타협이거늘 프로메테우스와 신 사이에는 접점이 보이지않는 평행선만 존재할 뿐이다. "지나치게 자기 재주를 믿는 것도 사고야. 이제 막다른..
그림 속 비너스는 왜 조개 위에 서 있을까? 그리스 신화에서 아프로디테는 헤라, 아테나와 함께 3대 미인으로 꼽힌다. 유명한 트로이 전쟁도 그리스 신화 속 3대 미인이 미스 그리스를 겨루는 과정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신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미의 여신이라면 아프로디테를 꼽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무래도 로마 신화 속 비너스의 이미지 때문이다. 비너스는 그리스 신화 속 아프로디테와 동일시되는 여신이다. 미의 여신으로 대표되는 아프로디테의 탄생을 두고는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올림포스의 주인 제우스와 디오네 여신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설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딸이라는 설이 그것이다. 아프로디테의 탄생 신화는 이후 사랑에 관한 논쟁의 주제가 되기도 했는데 사랑의 신 에로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