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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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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할배들을 위한 이유있는 변명 백가흠의 /2011년 원덕씨의 쓸쓸한 죽음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원덕씨는 예순 여덟 해 인생의 절반을 살기 위해 온몸을 피가 나도록 긁어야 했고 수면제와 진통제가 같이 들어있는 약을 과다 복용해 환영이 보이고서야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다. 원덕씨는 젊은 날 자신의 모습을 슬프게 바라보며 메마른 그의 눈에 마지막 눈물을 머금고는 그렇게 아픔[痛] 없는 세상으로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그가 숨을 내려놓기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하늘에서 낮게 날아오는 C-123기였다. 오렌지 온다! … 긴 날개에서 하얀 액체가루가 뿜어져나오는 모습이 포근한 구름을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 희뿌연 안개가 밀림을 뒤덮었다. 하얀 가랑비가 천지사방에 뿌려졌다. 병사들은 하늘에서 날리는 액체를 서로 더 받기 위해 아우성이었..
테러리스트, 그가 고민하고 방황했던 이유 선우휘의 /1956년 빛바랜 개구리색 얼룩무늬 군복, 세상에 흩어진 백가지 색을 단 하나로 덧칠하려는 듯 의기양양한 검은 썬글라스, 전장에 선 지휘관의 그것마냥 허리춤에 단단히 꽂힌 권총……요즘 집회현장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다. 아니 어느날 갑자기 아스팔트로 쏟아져 나온 과거의 망령들이다. 전투적 복장만으로도 충분히 위압감을 주지만 이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살벌한 구호는 차치하고라도 이들은 가스통에 불을 붙여 거리를 활보하고 공권력이라도 부여받은 듯 버스를 세우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때로는 섬뜩한 웃통을 드러내기도 하고 어릴 적 반공집회에서나 봤음직한 '○○○ 화형식'은 예사다. 시민단체의 순순한 집회라기보다는 테러리스트들의 행군처럼 보이는 이 풍경을 연출한 사람들은 다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