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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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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두 이름이기도 한 바탁에 얽힌 전설 커피 전문점 열풍이 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커피는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커피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흔한 거리의 풍경 중 하나가 되었고, 이름도 생소한 커피 관련 용어들로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고 간다. 그래서 말인데, 커피 원두 중에 ‘수마트라 블루 바탁’이 있다고 한다. 이름으로 원두 원산지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인가 보다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탁’은 무슨 뜻일까? 바탁은 수마트라 섬의 마을 이름이자 부족 이름이라고 한다. 한편 몇 해 전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었다. 인도네시아 인구의 90%가 이슬람을 믿지만 가톨릭, 개신교, 불교, 유교, 힌두교까지 6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해당되지 않은 신앙은 종교로 인정되지 않아 평..
프로크루스테스와 다양성 사회의 시민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그리스 아티카 지방에는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살면서 강도질을 일삼는 도둑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도둑의 집에는 철제 침대가 하나 있었는데 나그네가 그 집 앞을 지나가면 불러들여 침대에 눕힌 다음 나그네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길면 몸을 잘라서 죽이고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몸을 늘려서 죽였다고 한다. 이 도둑이 바로 그 유명한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란 말이 바로 여기서 유래됐는데 자기 생각에 맞추어 타인의 생각을 고치려 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때 이 말을 흔히 사용한다. 하지만 악명 높았던 도둑 프로크루스테스도 그리스 신화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그가 사람들에게 했던 똑같은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테세우..
'노아의 방주' 원래 주인공은 '우트나피쉬팀'이었다 메소포타미아/바빌론 신화/우트나피쉬팀 Utnapishtim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한 아담과 이브의 자손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땅 위에서 번성해 갔다. 그러나 인간이 늘어나면서 땅 위에는 악이 만연하게 되었다. 이런 인간 세상을 지켜보던 신은 홍수를 내려 인간들을 심판하기로 결심했다. 단 한 명, 신에게 순종했던 노아만 살려두기로 했다. 신은 노아에게 홍수에 대비해 방주를 만들 것을 명령했고, 아들 세 명과 함께 각고의 노력 끝에 방주를 완성시켰다. 신은 노아와 그의 아내, 세 아들 그리고 동물 몇 쌍과 새 몇 쌍만 방주에 탈 것을 명령했다. 땅 위의 모든 생명체를 없애버릴 계획이었다. 구약성서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 신의 예언대로 폭우가 쏟아졌고 홍수가 수 십일 동안 계속되었다. 방주에 타고 있던 노아의 가족..
단일민족론의 허구, 고려는 다문화 사회였다 고려사의 재발견/박종기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한국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각 왕조의 장기 지속성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는 700여 년간, 고려와 조선은 500여 년간 각각 존속했는데, 이러한 예는 세계사에서도 드물다. 한국인의 역사 관심은 그중에서도 고대 또는 조선시대에 편중되어 있어, 500년간 지속된 고려왕조에 대한 역사 이해는 높지 않은 편이다. 은 그간 특정 시대와 영역에 편중되어 있던 한국사 이해의 편식증을 극복하고, 한국사 이해의 영역을 고려로 확장함으로써 고려사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환기시킨다. 고려왕조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다양한 사상이 공존한 다원사회였다. 문화와 사상 면에서의 다양성과 통일성, 정치와 사회 면에서 개방성과 역동성을 지닌 이 시대를 은 수많은..
교황과 추기경, 이래서 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추모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 이 대답에 앞서 교황은 이런 말도 했다. "세월호 추모 리본을 유족에게서 받아 달았는데 반나절쯤 지나자 어떤 사람이 와서 '중립을 지켜야 하니 그것을 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방한 기간 중 국민들이 교황에 열광한 이유는 바로 정치를 초월한 교황의 인간적인 면모 때문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내민 투박한 손을 기꺼이 잡아 주었다. '종교란 원래 이런 것이었구나!'하고 무신론자들까지도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경외심을..
<책 소개>예루살렘 광기 예루살렘 광기/제임스 캐럴 지음/박경선 옮김/동녘 펴냄 펜타곤과 미국 패권의 비극을 다룬 《전쟁의 집》 저자 제임스 캐럴이 이번에는 인간의 광기로 얼룩진 폭력의 장소, 예루살렘을 고발한다.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사제로 지내면서 외려 이분법적인 종교적 사고에 물음을 던지며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러던 때에 그의 마음이 동한 곳은 예루살렘으로, 1973년 초여름에 예루살렘으로 들어가 성지순례를 시작한 그는 그곳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신앙에 대한 확신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예루살렘 성지에 있는 모든 교회에 있는 복제화 수점과, 예수가 처형을 선고받고 십자가를 짊어지고 간 고난의 길로 알려진 ‘십자가의 길’ 14지점이 중세 후기 그리스정교회의 관광 독점에 대응하고자 프란체스코회에서 만들어 낸 것임..
얼마나 서러우면 빗물이 다 울까, 설움의 덩이 설움의 덩이/김소월(1902~1934) 꿇어앉아 올리는 향로의 향불. 내 가슴에 조그만 설움의 덩이. 초닷새 달 그늘에 빗물이 운다. 내 가슴에 조그만 설움의 덩이. 꿇어앉아 향불을 피우는 행위가 마치 경건한 구도자의 모습같다. 설움의 크기도 계량화시킬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설움을 화자는 조그맣지만 '덩이'라고 표현했다. 가슴을 저미는 설움이 얼마나 컸으면 뭉치고 뭉쳐 '덩이'가 됐을까. 구도자의 자세로 설움을 삭히려는 화자의 모습은 종교보다도 더 숙연하고 진지하다. 빗물이 다 울 정도니 설움으로 화자가 받았을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화자는 가슴 한 구석을 채우고 있는 설움을 떨쳐낼 수 있을까. 화자에게 설움은 '향불'과 '빗물'로 상징화되지만 아쉽게도 '..
정치와 종교로 왜곡된 안데스인의 정신 잉카 신화/게리 어튼 지음/임 웅 옮김/범우사 펴냄 1964년 군부의 지지를 업고 페루 대통령에 당선된 페르난도 벨라운데 테리(Fernando Belaúnde Terry)는 쿠스코에서 헬기를 타고 파카리탐보 시 중앙에 위치한 광장에 도착했다. 그는 그곳에서 바라(vara)라고 불렸던 전설상의 나무 지팡이를 받고 지방관리들과 악수를 나눈 뒤 다시 헬기를 이용해 쿠스코를 거쳐 리마의 대통령궁으로 돌아갔다. 벨라운데 테리 전 페루 대통령의 갑작스런 파카리탐보 방문은 두고두고 화제가 되었는데 그의 이런 깜짝 방문은 자신의 대통령직에 정통성을 부여받으려는 속셈이었다. 파카리탐보에는 잉카인들의 기원 장소로 알려진 탐보 토코 동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페루의 초등학교 국정 교과서에서도 잉카인들의 기원 장소로 공식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