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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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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쓰는 언론, 국민들에겐 "웃지마" 야간일을 하는 나에게 출근 시간은 또다른 고역이다. 그나마 일요일 저녁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집중되어 있어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웃음으로 어느 정도 해소하고 출근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주는 일요일에도 웃을 일이 없어졌다. 어제는 매주 즐겨보던 '1박2일'도 결방되었고 5주째 자취를 감춰버린 개그 콘서트 홈페이지에는 '천안함 침몰 사고로 인한 편성 조정으로 4월25일 일요일에는 가 방송되지 않습니다. 이점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라는 팝업창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지난 3월26일 발생했던 천안함 침몰 사고가 벌써 한달째 접어들고 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사고 원인도 가려내지 못한 채 꽃다운 청춘을 조국에 바친 46명의 젊은이들은 이승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구사..
DJ와 노무현의 부재가 아쉬웠던 청와대 오찬 전직 대통령은 대표적인 사회원로다. 비록 퇴임 후 재야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자의든 타의든 현실정치와 뗄레야 뗄수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직', '사회원로'라는 단어에는 한 사회의 어른으로서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중립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 전직 대통령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최근 사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번 사고를 두고 군당국과 정부의 어설픈 대응으로 시시각각 쏟아지는 갖가지 추측과 시나리오로 어수선해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를 다잡아 보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초청된 전직 대통령이라곤 전두환 전대통령과 김영삼 전대통령에 불과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의도는 온데간데 없고 두 전직 대통령의 청..
북풍(北風) 조장하는 나경원, 천박스럽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닥쳐올 북풍을 예고하듯 흐드러진 벚꽃 사이로 불어오는 춘삼월 바람이 살을 에인다. 눈이 시리도록 빛나는 꽃을 시샘하는 동장군도 스쳐지나가는 앙탈일뿐 짙어가는 봄빛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 한명숙 전국무총리가 '곽영욱 뇌물수수 사건'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자 '실패한 정권'의 '실패한 총리'로 비난했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퍼부은 4조원이 어뢰로 돌아왔다며 신북풍 조장의 선봉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나경원 의원의 발언이 더더욱 씁쓸한 이유는 천안함 침몰로 40여명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온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는 시점에서 그들의 불꽃같은 희생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경원 의원 뿐만 아니다. 한나라당 ..
MB가 부르는 "IT강국, 아 ~ 옛날이여 ~" 법원의 한명숙 전총리에 대한 '곽영욱 뇌물수수 사건' 무죄 판결이 서울시장 선거판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한명숙 전총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가 불안해서였을까? 이번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한명숙 전총리에 대해 실패한 정부의 실패한 총리일 뿐이라고 했다. 자나깨나 전정권 흠집내기로 떡고물이라도 책겨먹을 궁리만 하고 있는 이들이 안스럽게 느껴진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정부가 잘했냐 못했냐를 두고 왈가왈부하기에 앞서 최소한 현 정부와 한나라당만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전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규정하려면 적어도 현정부가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어야 함은 당연지사. 그러나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보다 잘한 게 있다면 ..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5월은 늘 붉은색을 연상시킵니다. 장미가 뿜어내는 붉은 빛은 청춘남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합니다. 또 5월은 열사들의 붉디붉은 핏빛 역사가 되살아나 쪽빛 하늘을 진보의 함성으로 메아리치게 합니다. 이렇듯 5월은 숨죽이며 흐르던 정열과 정의가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룹니다. 2009년 5월도 그러했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자신의 반쪽을 도려내는 아픔에 오열했습니다. 거꾸로 돌아가는 역사의 시계추에 침묵으로 감내하던 500만 시민들은 세차게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당당하게 눈물의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그 눈물의 자유는 반역의 시대에 항거하고픈 소리없는 투쟁이었습니다. 그렇게 선홍빛 5월은 인간 노무현을 품고 머나먼 여정을 떠났습니다. 슬픔이 너무도 컸던 탓일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사랑하고 존경한다던 후배 정치..
노무현, 그가 다시 그리워집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지은이 오연호 상세보기 포근했던 봄 햇살이 여름으로 녹아 들어가던 2009년 5월, 지구본을 몇 바퀴 돌려도 찾기 힘든 반도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오 천년 세월을 거쳐 뼛속까지 스며든 아름다운 전통이 산산이 부서져 내리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건 바로 죽은 자를 안타까이 보내려던 시민들의 자발적 추모행렬과 그의 죽음을 자신의 반이 무너져 내린 심정이라고 슬퍼하던 선배 대통령의 추모사가 공권력에 의해서 방해를 받은 사건이다. 그렇게 인간 노무현은 핏빛 오월 햇살에 기꺼이 자신의 몸을 맡기고 부엉이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나갔다. 2009년 5월23일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의 충격적인 자살과 그의 죽음이 일깨운 시민 스스로의 각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