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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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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여인들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천번째 수요집회 에우리피데스의 /BC 415년 초연 오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1,000번째 수요집회가 있는 날이다. 1992년 1월8일 수요일에 시작되어 매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겨우 63명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정치적 논쟁거리로 전락하고 만 친일파 청산은 해방이 되고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오히려 현정부 들어 일제 강점기를 근대화의 시작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심심찮게 들리고 있으니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일 것이다. 전진할 것만 같던 역사의 수레바퀴가 후진기어를..
신탁통치를 둘러싼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화해 김영수의 /1946년 1945년 12월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소집된 모스크바 3상회의는 세계사적 의미와는 별개로 한국 현대사에서는 이념대립을 폭발시키는 뇌관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이었던 미국과 영국, 소련 외상대표들로 구성된 모스크바3상회의는 한국의 전후문제 처리방안을 발표했는데 한국을 독립국가로 재건설할 것과 한국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미·소공동위원회의 역할, 한국임시정부와의 협의를 거친 신탁통치안 확정 등 3개안이었다. 특히 자주독립국가 건설을 꿈꾸고 있던 민중들에게 신탁통치는 일제 강점기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극심한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언론의 왜곡보도도 한 몫 했다. 미국의 4개국 대표(미국,영국,소련,중국)에 의한 신탁통치안과 소련이 주장..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유한 극단적 패륜의 진상 서기원의 /1956년 “……너 그럴 것 없다. 그러지 말구 최형(윤주)과 자란 말이야! 일주일에 한 번만 더두 말구 그러란 말야! 그쯤이 그중 건강에 좋지. 나야 이젠 싫증이 났지만 너와 보조를 안 맞출 수도 없으니 난 토요일로 정하지. 너 일요일로 정하려무나……그런 데 마구 다니다간 큰 변난다.” 상덕은 사창굴을 전전하는 친구 형남에게 그의 동거녀 윤주와의 성적 관계를 제안한다. 이른바 '윤주 공유설'이다. 요즘 유행하는 막장 드라마라도 이 정도까지의 표현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윤주 공유설'은 서기원의 소설 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임에 틀림없다. 행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는 그저그런 삼류소설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다면 가히 충격적인 소설적 장치를 통해 저자는 무엇을 말하..
친구야, 사는 게 그렇게 힘들었니? 이봉구의 /1958년 블로그를 멀리 한지 벌써 넉달이 다 되어간다. '일일 일포스팅'이라는 나름의 원칙을 지켜오다 5월 중순 정확히 말하면 5월19일 이후로 포스팅도 건너뛰는 날이 많아졌고 내 블로그를 찾아준 이웃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 포스팅을 해보지만 안그래도 허접한 글에 먹물만 더 번지게 할 뿐이었다. 5월19일.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토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밝게 인사하고 헤어졌던 직장동료, 이 친구가 일요일부터 연락을 끊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결근이나 지각에 대해서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철두철미한 친구였던 터라 며칠 동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전신을 파고들었다. 마침내 수요일 저녁 이 친구를 찾았다는 소식으로 찰나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어제(화요일) 한 ..
고부 갈등으로 되돌아본 보도연맹사건의 진실 김원일의 /1982년 어머니와 할머니의 싸움은 늘 일방적이었다. 어머니 쪽에서 먼저 발작적으로 할머니의 마땅치 못한 행동거지를 두고 험구했고 할머니는 조개가 아가리를 다물 듯 침묵으로 며느리의 그 따가운 수모를 목묵히 견뎌냈다. 어머니의 일방적인 공격이 잠잠해지면 할머니는 담배를 한 대 물고는 이렇게 어머니 듣게 혼잣말을 했다. "그래, 그래. 니 말이사 다 맞지러. 등신같은 이 늙어빠진 시에미가 잘한 기 머 있노. 자슥을 잘 낳았나. 낳은 자슥을 잘 키웠나. 아무것도 잘한 기 읎지러. 하늘 보기 부끄러버 거리귀신 돼서 객사하든가, 약 묵고 죽든가 해야지러." - 중에서- 범같은 체격의 어머니는 왜 그렇게 장작개비처럼 깡 마른 할머니를 구박했을까. 시어머니의 며느리에 대한 구박이라는 상식을 파괴한 이 집..
전쟁이 남긴 가족의 상처 그리고 치유 송기원의 /1977년 전세계에서 한국처럼 전쟁의 잔혹성과 후유증이 국민들 개개인의 사생활 깊은 곳까지 침투해 있는 곳은 드물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열강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국토는 허리를 잘리게 되었고 단일민족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가족의 이별, 그리고 전쟁. 형제끼리 총칼을 겨눠야만 했던 야만성과 고착화된 분단상황에 냉전적 이데올로기가 더해지면서 지금까지도 전쟁과 이념대립의 트라우마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화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데탕트 분위기와는 별개로 움직이는 사회. 바로 한국사회의 현주소다. 벌써 분단 1세대들은 세월의 무게에 쓰러져가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남과 북의 위정자들은 그들의 이해타산에 따라 날선 대립각만을 고집하고 있..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과 통쾌한 복수가 남긴 것 문순태의 /1981년 '인류가 전쟁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전멸시킬 것이다.' 존 F. 케네디의 말이다. 인간의 다양한 행위 중 전쟁만큼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던 것은 없을 것이다. 전쟁없는 세상, 평화가 인류의 요원한 꿈처럼 생각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끊임없이 전쟁을 하는 것일까.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해 출판되자마자 금서가 되었던 조나단 스위프트의 중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 제4장 '말들의 나라' 편에는 휴이넘(Houyhnhnm)이 반짝이는 돌 때문에 싸우는 야후(Yahoo)를 경멸하는 대목이 나온다. 야후는 다름아닌 인간이다. 그렇다. 모든 전쟁은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도 인간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다양하고 그럴..
잘못된 역사 청산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지롱드 주의 경찰 총서기로서 보르도로부터 유대인을 강제 이송하는 법령에 서명했던 모리스 파퐁에 대한 재판에서 사람들은 ‘행정 범죄’라는 말을 했단다. 업무상 자신의 상관에게 복종하는 행정 관료의 간단한 서명이 특정 상황 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어."-『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중에서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 바치는 친일인명사전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와 친일인면사전편찬위원회(위원장 윤경로)가 지난 8년 동안의 편찬 작업을 마무리하고 식민지 시절 일제에 협력한 인사 4000여명의 행적을 담은 을 공개했다. 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무용가 최승희, 애국가의 작곡자 안익태, 소설가 이광수, 최남선 및 현재 독립유공자로 서훈된 인물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친일인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