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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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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벌나게'와 '허천나게', 어느 쪽이 맞는 표현일까 이문구(1941년~2003년)의 소설 는 1970년 『월간중앙』제31호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이문구의 소설이 그렇듯 도 맛깔스런 충청도 방언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하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방언이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독자들이 읽으면 문맥을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소설이다. 의 시대적 배경은 1960년대 초 충청도의 어느 농촌이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소외되어가는 농민들이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황구만과 박선출은 주인과 머슴 사이지만 박선출이 입대하면서 둘 사이는 채무자와 채권자 관계가 된다. 그러나 박선출이 군에 있는 동안 황구만은 다른 사업에 투자해 실패하면서 박선출은 이자는커녕 원금도 못 받게 된다. 이즈음 5.16 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고 농어..
음식에 곁들인 고명이 딸이 된 사연 소설 으로 배우는 우리말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줏어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 -윤흥길의 중에서- '행랑이 몸채 노릇한다'는 속담이 있다. 신분이 낮은 아랫사람이 일에 간섭하고 주인 노릇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국민을 섬겨야 할 위정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요즘 세태와 딱 맞는 속담이다. 행랑은 대문의 양쪽이나 문간에 붙어 있어야 하거늘 마치 안방인양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아..
일흔둘 노인의 자살과 농촌 경제의 현실 장곡리 고욤나무/이문구/1991년 한 대학교수가 2002년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한 경기도 평택에 배나무 밭과 일대 논 4필지, 2만7천여 제곱미터를 동생 2명과 함께 매입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운영하는 친환경농산물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 대학교수가 공동으로 매입했다는 평택 과수원에서는 9년 동안 연평균 3억원씩 총 27억원의 수입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이 대학교수는 동생에게 3억원의 채무를 졌는데 특이한 점은 형제의 거래가 현금보관증 형태로 이뤄졌고, 이 현금보관증에는 '상기 금액(3억원)을 성실히 보관하고 요청에 따라 반환할 것을 약속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한편 이 대학교수는 매입한 논에서 쌀 직불금을 타가기도 했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때면 이런 비슷한 내용들이 어..
국가정책에 무너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 암소/이문구/1970년 한국 유기농업의 발상지인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의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3년 만에 해결됐다고 한다. 국토해양부와 농민 측이 유기농 하우스단지가 있던 두물머리를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자는 종교계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데 못내 씁쓸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일방통행식 국가정책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이 여론의 관심 저 편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다수의 행복이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원칙이라지만 그 지고지순한 원칙보다는 다수의 행복을 가장한 위장 민주주의가 횡횡하는 현실에서 그것 때문에 소외받는 소수는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희생양인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위한 거룩한 제물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실제 두물머리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