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엽기

(3)
프로크네와 필로멜라, 엽기의 끝판왕 봄을 알리는 철새 중에 제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3월3일(삼짇날)에 와서 음력 9월9일(중양절)에 강남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즉 수가 겹치는 날에 와서 수가 겹치는 날에 간다고 해서 예로부터 영민한 길조로 여겨왔다. 고전 소설 에도 등장하면서 우리에게는 어떤 조류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새이다. 실제 제비가 겨울을 나는 곳은 대만,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교의 영향을 받아 중국 양쯔강 이남을 의미하는 '강남'을 제비의 겨울 서식지로 인식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제비가 있다면 유럽인들에게는 나이팅게일이 있다. 제비만큼이나 유럽의 문학작품이나 신화에 많이 등장한다고 한다. 특히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새로 유명한데 모든 생명이 잠든 시간인 밤에도 잘 울기 때문에 나..
예술을 위해 딸을 실명시킨 아버지의 행위는 정당했나 선학동 나그네/이청준(1939~2008)/1979년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가난이 대물림 되던 시절 그나마 교육은 신분 상승의 몇 안되는 기회였으니 교육에 올인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근대화와 산업화는 물론 정치 민주화를 서구 사회보다 짧은 시간 안에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불타는 교육열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분간 계층 이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에도 여전히 교육은 한 가닥 희망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교육열이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달리 요즘 부모들에게 교육열은 자식 사랑에 대한 잣대가 되기도 한다. 학교 교육 외에도 다른 부모들이 시키는 각종 과외 교습은 나도 똑같이..
엽기적 결말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 명랑/천운영/200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입관하던 날 차마 울 수가 없었다. 앙상한 뼈 마디마디에 가죽만 볼품없이 붙어있었지만 얼굴만은 생전에 볼 수 없었던 너무도 편안한 표정으로 입술을 살포시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한테 퍼주기 좋아하셨지만 되돌아오는 건 배신과 가난뿐이었기에 술로 시름을 달래셨고 급기야 어디 성한 데 하나 없는 몸은 밤마다 들릴 듯 말듯 괴로운 신음소리만 연주했던 아버지였지만 그날만큼은 근심 걱정 하나 없는 표정으로 누워계셨으니 눈물을 훔치는 게 예의가 아니지 싶었다. 정작 서러운 눈물은 화장이 끝나고 아버지의 유골을 보여주었을 때였다. 남한테는 마냥 좋은 사람이 늘 그러하듯 아버지도 자식들에게는 그리 살갑지 못했고 게다가 나 또한 부침성 없는 성격이라 평생을 부자지간의 정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