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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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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소시민들의 일상의 기록 서정인의 /1968년 E.H 카는 1961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강연한 내용을 묶은 책 라는 책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역사란 역사와 사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끝없는 대화'라고 했다. 더불어 역사가와 그가 선택한 사실의 상호작용은 추상적이고 고립된 개인들 사이의 대화가 아니라 현재의 사회와 과거의 사회 사이의 대화로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세대 속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일들에 관한 기록'이라고 했다. E.H 카의 역사에 관한 명쾌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고 또한 영웅들의 놀이터란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그가 말한 주목할 만한 가치란 승자가 된 몇몇 영웅들에 의해 평가되고 왜곡되기도 하며 폄하..
508호 남자가 쓰레기봉투를 뒤지게 된 사연 하성란의 /1998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된 것은 1995년 1월 1일이었다. 쓰레기의 배출량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부과하는 쓰레기 종량제는 지정된 규격 쓰레기봉투를 판매하고 그 봉투에만 쓰레기를 버리도록 한 것이며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제외하여 쓰레기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었다. 쓰레기 종량제가 처음 시작되던 당시에는 웃지못할 일들도 많이 있었다. 검정 봉다리(봉지)에 넣어 그냥 버리는 게 일쑤였고 동사무소에서는 검정 봉다리 속 내용물을 확인해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고 규격 봉투가 아니면 수거해 가지 않는 바람에 골목 여기저기에는 쾨쾨한 냄새가 진동하기도 했다. 거의 정착단계인 요즘에도 이런 풍경은 종종 목격된다. 나도 가끔, 아주 가끔 검정 봉다리채 버린 적도 있다. 680원 하는 쓰..
안드로마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에우리피데스의 /BC431~BC404년 사이에 초연됐을 것으로 추정 올해 노벨 평화상은 세 명의 여성이 공동수상했다. 민주화 운동의 공적으로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과 예멘의 인권운동가 타와클 카르만이 수상했고 또 한 명의 수상자인 라이베리아의 레이마 보위는 '여성 평화와 안전 네트워크 아프리카(Women Peace and Security Network Africa)'에서 이사직을 맡으며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한 활동이 인정되었다고 한다. 특히 노벨위원회의 이들 세 여성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유로 오늘날 여성은 전쟁과 갈등 속에서 폭력과 강간 등에 가장 고통받고 있는 존재로 최근 민주화 운동이 한창인 아랍의 봄 역시 이와 같은 주제로 시작되었으며 여성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그녀는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 나혜석의 /1918년 경기도 수원시에서는 2000년부터 해마다 ‘나혜석 거리 예술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행사기간 동안에는 나혜석 미술대전 수상자들의 작품 전시회, 음악 콘서트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린다. 나혜석, 생소한 이름이다. 대중에게는 낯설기만 한 이름 석자에 불과하지만 그녀에게는 ‘조선 최초 여류 서양화가’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있다. 그러나 ‘나혜석’이라는 이름을 ‘조선 최초 여류 서양화가’라는 틀 속에만 가둬두기에는 부족하리만큼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던 인물이기도 하다. 1910년대 여성에게 교육은 달나라 얘기만큼이나 허무맹랑했던 시기였지만 나혜석은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그것도 서양미술을 전공했던 신여성이었다. 또 국내에 돌아와서는 당시 여성들에게 목숨처럼 지켜야만 했던 아니 여성들..
[주홍글씨]를 통해 본 간통제 폐지 논란 "자기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마땅히 겪어야 할 고행이려니, 참고 견디어야 할 종교려니 하고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참고 견디던 그녀가 이 괴로움을 승리로 바꾸려고 마지막으로 단 한번만 더 자진해서 고행을 맞이했다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이었다. ' 주홍글씨와 그것을 단 사람을 마지막으로 보세요!' 사람들의 희생자요 평생의 노예로 여겼던 헤스터는 말했을 것이다. ‘조금만 있으면 그녀는 당신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갑니다. 몇 시간 후에는 당신네들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불타게 만들었던 주홍글씨를 저 깊고 신비한 바다가 영원히 감추어버릴 겁니다.! 자신의 인생과 깊이 얽혔던 고뇌로부터 해방되려던 순간에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서운함을 느꼈으리라는 추측이 인간성에 아주 어긋나는 추측은 아니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