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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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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龍은 드래곤Dragon이 아니다 문무왕이 승려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불법을 수호하겠노라.” 승려는 죽으면 용이 되겠다는 문무왕의 말에 다음과 같이 물었다. “용은 비록 상서로운 동물이지만 그래도 짐승이거늘, 어째서 용이 되겠다고 하십니까?” 문무왕이 대답했다. “만약 내가 업보를 받아 짐승으로 태어난다면 이 또한 내 뜻에 맞느니라.” 대왕암이라고도 불리는 경주 문무대왕릉에 얽힌 설화 한 토막이다. 문무왕의 애국충절과 지극히 인간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설화라고 하겠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것은 용은 상상 속의 동물로 늘 상서로운 존재로만 생각했었는데 문무왕은 인간 세상에서의 업보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용이라고 했다. 우리 조상들의 용에 대한 인식은 신성한 상상 속의 동물이면서 친숙한 동물이..
가출한 아내와 남편의 죽음 그리고 전쟁 바진(巴金, 1904~2005)의 장편소설 《차가운 밤》 바진(巴金, 1904~2005)은 루신, 라오서와 함께 중국의 3대 문호로 꼽힌다. 그는 무려 한 세기를 꽉 채우고도 남은 인생을 살았다.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전대통령의 “두 세기에 걸쳐 시련으로 단련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 부활의 원동력을 만들어낸 바진의 삶은 중국 그 자체이다.”라는 말처럼 바진은 중국의 근대와 현대를 관통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중국이 겪었던 질곡을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았다. 중국이 자랑하는 문호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 낯선 이유가 그의 기나긴 삶 때문이라는 조금은 아이러니한 생각을 해본다. 《가》에 이어 만난 《차가운 밤》은 고전 작가로서의 바진을 더 이상 낯선 이름으로 기억해야만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주기에 충분할 만큼..
나는 이래서 XX단에 가입했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최서해의 『탈출기』/「조선문단」6호(1925.3)/창비사 펴냄 ‘조선의 막심 고리키’ 최서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냉전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나의 저급한 문학적 소양을 일반화시키는 오류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과거가 그랬고 현실이 또 그렇다. 색안경을 끼고 볼 기회조차도 억압받았던 시대, 소위 좌파문학이라 일컫는 우리 소설들은 교과서에서도 외면받았고 가령 교육을 받았다손치더라도 몇 줄에 불과한 설명뿐이었다. 최서해의 『탈출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약하나마 출판사가 제공한 작가 최서해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본명이 학송인 최서해는 1901년 함경북도 성진의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품팔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