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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에 다시 읽는 시 '노동의 새벽' 노동의 새벽/박노해/1984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암울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며 활동하는 노동형제들에게 조촐한 술 한상으로 바칩니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첫 시집 은 '1984년 타오르는 5월에' 이 땅의 노동형제들을 향한 저자의 애틋한 사랑과 연대의 말로 시작된다. 어쩌면 저자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쓰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애도를 '조촐한 술 한상'을 바치는 심정으로 시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벌써 횟수로 삽십 년이다. 이 노동자의 삶을 그린 어떤 소설이나 시보다도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저자가 이 땅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온몸으로 부대낀 노동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피끓는 대학 시절 읽었던 을 다시 꺼내 든 노동절 아침, 세 번씩이나 변신을 거듭했던 강..
무서운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그 남자의 정체는 강성은 시인의 '겨울방학'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어릴 적 기억으로는 2시간이 훨씬 넘었던 것 같다. 육지로 나오는 일이 연중행사보다 더 더물었을만큼 낙도 중의 낙도가 내 고향이다. 중국 쪽에서 들리는 닭우는 소리에 잠을 깨고, 중국 쪽 하늘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저녁 때가 되었음을 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였다. 하기야 바닷가에 산 친구들에 따르면 태풍이 불 때면 중국 어선들이 정박했다고 하니 실제로 중국이 그리 멀지 않은 섬임에 틀림없었다. 육지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었는데도 대부분이 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살았기 때문에 태풍 때문에 중국 사람들을 봤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호기심으로 귀를 쫑긋하기에 충분했다. 변변한 장난감 하나 구하기 힘들었던 터라..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김경후 시인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피아(彼我)의 관계를 규정짓는 속담만은 아닌 것 같다. 나와 나의 관계 즉 요즘 육체적 나와 정신적 나의 관계도 이 속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퇴화된 흔적처럼 남아있던 생채기가 자꾸 덧나기만 하니 요즘 나는 그야말로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다. 속수무책 인도철학에 아트만(Atman)이란 용어가 있다. 를 읽다 이 말에 필이 꽂혀 '여강여호'와 함께 온라인 상에서 자주 쓰는 닉네임이기도 하다. 비록 철학 문외한인 나에게는 '자아' 수준으로밖에 해석하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아트만은 신체 기관과 기능의 핵심적인 동력이다. 언제부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가라는 것도 이 아트만을 표현하기 위한 수..
민초들의 희망을 허무주의적 시선으로 그려야만 했던 이유 사평역/임철우/1983년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그믐처럼 몇은 졸고/몇은 감기에 쿨럭이고/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침묵해야 한다는 것을/모두들 알고 있었다/오래 앓은 기침소리와/쓴 약 같은 입술댐배 연기 속에서/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그래 지금은 모두들/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자정 넘으면/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줌의 눈물을 불빛 ..
당나귀와 아내 저녁에는 젊은 시절부터 줄곧 함께 지내온 늙은 당나귀 한마리를 때려죽였다네 이유인즉슨, 그 망할 녀석이 사사건건 내게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지 내 몸은 아직 청년처럼 힘이 넘쳐 십리를 더 갈라치면, 녀석은 나를 노인네 취급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내가 새로운 돈벌이를 생각해내면,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 취급하며 콧방귀를 뀌지 않았겠나 나는 말일세 죽은 녀석의 몸을 보기 좋게 토막을 내어 부대자루에 옮겨담았다네 미운 정이 깊어 가슴이 짠하기도 했지만 속은 더할 나위 없이 후련했다네 그날 밤 나는 술을 진탕 마신 뒤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고, 꿈에서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가서 먹고 마시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네 그리고 이튿날 잠에서 깨어 죽은 당나귀의 토막이 들어 ..
호수가 된 낙동강, 물은 흘러야 한다 고향에 돌아와 오래된 담장을 허물었다 기울어진 담을 무너뜨리고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냈다 담장 없는 집이 되었다 눈이 시원해졌다 우선 텃밭 육백평이 정원으로 들어오고 텃밭 아래 살던 백살 된 느티나무가 아래둥치째 들어왔다 느티나무가 느티나무 그늘 수십평과 까치집 세채를 가지고 들어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벌레와 새소리가 들어오고 잎사귀들이 사귀는 소리가 어머니 무릎 위 마른 귀지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하루 낮에는 노루가 이틀 저녁은 연이어 멧돼지가 마당을 가로질렀다 겨울에는 토끼가 먹이를 구하러 내려와 방콩 같은 똥을 싸고 갈 것이다 풍년초꽃이 하얗게 덮은 언덕의 과수원과 연못도 들어왔는데 연못에 담긴 연꽃과 구름과 해와 별들이 내 소유라는 생각에 뿌듯하였다 미루나무 수십그루가 줄지어 서 있는 금강으로 흘..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과 진보정당의 도전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에 스티브 블래스(Steve Blass, 1942년~)란 선수가 있었단다. 블래스는 10년 동안 1,597이닝을 소화하고 평균 자책점 3.63의 뛰어난 투수였다. 1960년 피츠버그에 입단한 블래스는 1964년 첫 데뷔전을 치렀고 1968년 시즌에는 18승에 평균 자책점도 2.12의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다. 1969년 시즌에도 16승을 기록하는 등 블래스는 1969년부터 1972년 사이에 무려 60승을 거뒀다. 특히 1972년에는 생애 최고승인 19승을 기록하고 내셔널리그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또 1971년에는 볼티모어를 상대로 한 월드 시리즈에서는 18이닝 동안 불과 7개의 안타만을 허용하고 2승을 거두는 맹활약을 하기도 했단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투수, 스티브 블래스를 소재로 ..
교과서 퇴출논란, 도종환 시인이 누구길래 저것은 어쩔수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한톨 살아남을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 할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 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 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않는다. 저것은 넘을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벽을 넘는다.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는 도종환 시인의 이다. 조만간 국민 애송시가 되지싶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이유로 도종환 시인의 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뺄 것을 출판사에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종환 시인은 민주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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