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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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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나면 하늘에 뭐가 뜨는지 아십니까?" 무지개는 언제 뜨는가/윤흥길(1942~)/1979년 어린 시절 어느 동네나 '광녀' 이야기 하나쯤은 있었다. 어줍잖게 왠 한자라고 한다면 소설 속 그대로 '미친년' 이야기라고 하겠다. 그래도 어감 때문에 불편해 한다면 조금 순화(?)시켜 '미친 여자' 이야기로 하겠다. 어쨌든 불쑥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내용이야 동네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이런 류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때로는 사실로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게다가 '미친 여자' 이야기의 배경에는 늘 '비오는 날'이 깔려 있었다. 내 어릴 적 기억 속에도 '미친 여자' 이야기가 존재한다. 아니나 다를까 비오는 날이면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온종일 빗 속을 걸어다니면서 노래(아마도 판소리 창이었을 것이다)를 불렀는데 그 수준..
오자의 기행으로 본 질서정연한 보편적 권위의 실체 오자(誤字)/김형수/2012년 소설 제목보다는 수필 제목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오자(誤字)'란 말 그대로 '잘못 쓰인 글자'를 말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나 무수히 많은 글자들 속에 꼭꼭 숨어있는 '오자'를 발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아마도 책이라는 소름 끼치게 치밀한 권위로부터 자유로워진 해방감을 만끽했을지도 모른다.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을 것처럼 저자와 책의 완벽함이 구축해놓은 장벽이 비로소 무너지는 느낌같은 것 말이다. 한편 '오자' 하면 떠오르는 그리 멀지 않은 기억이 있다. 지난 4.11총선 당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어느 스포츠 스타가 박사논문 표절로 자격시비가 한창일 때 표절의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자료가 바로 '오자'였다. 즉 오자만큼은 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