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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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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가장 행복했던 날의 기억이 불안한 이유 김성동(1947년~)/민들레꽃반지/2012년 충청남도 대덕군 산내면 낭월리 뼈잿골. 현재는 대전광역시 동구 낭월동으로 행정구역이 바뀐 이곳 골령골(뼈잿골)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합동 위령제가 열린다. 한국전쟁 당시 집단학살된 민간인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다. 가족이 어디에서 죽었는지도 모른 채 성묘조차 할 수 없었던 유가족들은 2000년이 돼서야 그 비극의 장소가 골령골이라는 것을 알았고, 2011년에 비로소 국가인정 하에 합동 위령제를 열고 있다. 도대체 한국전쟁 당시 산내 골령골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사람들은 가족의 죽음을 쉬쉬하고 변변한 제사조차 지내지 못했을까. 1992년 한 시사 월간지를 통해 최초로 세상에 알려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후 남한지역에서 단일지역으로는 최대 학살지로 꼽히..
우리는 지금 대화가 필요해 이시백의 /2011년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찾아왔다. 선량이 되기 위해 각 후보 진영은 그야말로 사활을 건 유세전에 돌입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과거처럼 대규모 군중 집회 대신 TV 토론이 선거의 새 문화로 자리잡았고 거리를 가득 메웠던 후보와 운동원들의 확성기 소리도 사라졌다. 유권자들도 일상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심하다 싶을 정도로 차분하다. 오히려 냉담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하는 게 선거라지만 그 선택마저도 선거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실망으로 변해버리니 정치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선거는 ‘말[言]의 향연’이다. 새로운 선거문화를 보여주겠다던 어느 젊은 후보는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자 정치공세라..
자살을 보는 삐딱한 시선, 과연 바람직한가 정미경의 /2012년 작년은 우울한 날의 연속이었다. 작년 이맘때 쯤이었을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물류센타에서 배송기사 한 명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입기사로 들어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을 때였다.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을 느끼게 했고 눈에는 늘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맺혀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랬을까? 삶의 끈을 잡을 힘조차 없을 정도로 그렇게 힘들었을까? 이래저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또 한 번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번에는 늘 나와 출퇴근을 같이 하던 동료였다. 가끔씩 자신을 둘러싼 힘겨운 삶의 얘기들을 털어놓긴 했지만 그럴수록 더 웃고 누군가에게 더 살갑게 다가서려고 노력하던 친구였는데…. 한동안 직장 내에서는 두 건의 자살 사건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508호 남자가 쓰레기봉투를 뒤지게 된 사연 하성란의 /1998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된 것은 1995년 1월 1일이었다. 쓰레기의 배출량에 따라 수수료를 다르게 부과하는 쓰레기 종량제는 지정된 규격 쓰레기봉투를 판매하고 그 봉투에만 쓰레기를 버리도록 한 것이며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제외하여 쓰레기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었다. 쓰레기 종량제가 처음 시작되던 당시에는 웃지못할 일들도 많이 있었다. 검정 봉다리(봉지)에 넣어 그냥 버리는 게 일쑤였고 동사무소에서는 검정 봉다리 속 내용물을 확인해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고 규격 봉투가 아니면 수거해 가지 않는 바람에 골목 여기저기에는 쾨쾨한 냄새가 진동하기도 했다. 거의 정착단계인 요즘에도 이런 풍경은 종종 목격된다. 나도 가끔, 아주 가끔 검정 봉다리채 버린 적도 있다. 680원 하는 쓰..
현대판 장발장,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20세기 한국소설] 중 김유정의 『만무방』/「조선일보」(1935.7.17~31)/창비사 펴냄 당뇨병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물건을 훔친 아들, 아이들 분유값 때문에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남성들에게 성관계 쪽지를 보낸 뒤 차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낸 엄마, 간암 투병 중에 약값이 없어 배포용 무가지를 훔친 독거노인, 빈 건물에서 건축자재를 훔치다 붙잡힌 무직자까지 국민소득 2만불 시대 대한민국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부고 언론이고 내일 당장이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그 뒤안길에서는 ‘현대판 장발장’이 빵 한 개 훔치려다 철창 신세로 전락하는 생계형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범죄는 범죄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냉혹한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기에는 우리 ..
술, '酒, 述, 術'이라고 쓰고 '성공'이라 읽는다 이립(而立)/심상훈 지음/왕의 서재 펴냄 인간은 태어나서 성공을 향해 쉼없이 달려간다. 매순간 의식하지는 못할지언정 성공이라는 고지를 향해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른다. 성공의 실체도 다양하다. 어떤 이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성공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사회적 지위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화로 포장되어 회자되기도 한다. 누구나 술술술 풀리는 성공을 기대한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풀리는 게 성공이라면 신화가 된 성공담들이 무색해지지 않겠는가! 여기 술술술 풀리는 성공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술술술'을 즐기라는 중년 남자가 있다. 이 중년 남자는 KBS , 등에서 재치넘치는 입담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명강사 타이틀을 얻은 바 있는 경영 ..
소설 '감자'를 통해 무상급식의 당위성을 보다 김동인의 /1925년 어제(12월8일)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과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 파병 동의안' 등 그동안 여야 대립이 심했던 법안들도 예산안 처리와 동시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한나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벌써 3번째 예산안 '날치기'다.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외쳐대는 '소통'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먹통'만 남은 꼴이 되었다. 한편 언론의 관심이 온통 '난장판 국회'로 쏠려있는 동안 내년도 예산안에 방학 중 결식아동 지원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에 항의하며 잠적해 버리는 일도 있었다. 두 사건..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윤기 지음■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현정부 출범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촛불집회'와 인터넷상에서 경제위기 논란을 일으켰던 경제논객 일명 '미네르바'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소통부재에 대한 심각성을 부각시켜 주었다. 이 두 사건을 통해 정부가 국가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과의 적극적인 스킨쉽이 일어나기를 바랬던 국민들은 오히려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밀어부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을 넘어 적극적인 반대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네르바 사건'은 변화해 가는 사회환경을 거부한 채 70,80년대 권위주의로의 회귀를 알리는 중대한 변환점이 되고 말았다. 미네르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의 여신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타나는 아테나 여신과 동일시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전쟁의 여신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