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성장통

(4)
성장통, 그 혼돈의 시간으로의 초대 배반의 여름/박완서/1978년 하루 걸러 종아리가 터질 듯 아팠다. 종아리뿐만 아니었다. 한 번 통증이 올 때면 무릎이며, 허벅지까지 온통 성한 데가 없었다. 그때마다 잠을 설치곤 했다. 변변한 보건소 하나 없었던 오지의 섬이라 그 정도로 육지까지 먼 항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밤새 엄마가 다리를 주물러 주는 것이었다. 어느샌가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이면 멀쩡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국민학교(초등학교) 어느 무렵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부터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지긋지긋한 통증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으니까. 나이가 들어서야 알았다. 그게 바로 성장통이었다는 것을. 오지도 오지였지만 엄마가 육지 병원에 나를 데려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어쨌든 나는 ..
초경을 앞둔 소녀의 눈에 비친 여자의 일생 중국인 거리/오정희/1979년 나는 다시 손안의 물건들을 나무 밑에 묻고 흙을 덮었다. 손의 흙을 털고 나무 밑을 꼭꼭 밟아 다진 뒤 일정한 보폭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쓰며 장군의 동상을 향해 걸었다. 예순 번을 세자 동상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두 계절 전 예순다섯 걸음의 거리였다. 앞으로 다시 두 계절이 지나면 쉰 걸음으로 닿을 수가 있을까. 다시 일 년이 지나면, 그리고 십 년이 지나면 단 한 걸음으로 날듯 닿을 수 있을까. - 중에서- 오정희의 소설 는 성장소설이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에서는 남자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는 열 두살 소녀가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성 작가의 여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이라는 점에서 남자 아이의 성장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이야기..
첫사랑의 설레임과 통과의례로서의 성장통 배수아의 /1999년 18세기 후반 독일에서 일어난 합리주의와 계몽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감정의 해방이나 개성의 존중을 주장한 문학운동을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이라고 한다. 이 말이 조금 어렵다면 '질풍노도(疾風怒濤)'라는 우리말 번역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질풍노도(疾風怒濤)'는 당시 독일사회의 맹목적인 출세의식과 소위 사회지도층의 경직된 사고, 구시대의 신분제도로 인한 자유와 독립 의지의 부재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난 문학운동이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괴테(Johann Wolfgang Goethe, 1749~1832, 독일)를 꼽는다. 괴테는 그의 소설 을 통해 '질풍노도'라는 거대한 바람 앞에 선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청소년기를 이르는 '질풍..
누구나 가슴에 별을 품고 산다 황순원(1915~2000)의 /「인문평론」(1941.2) 그리스 비극에는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가 자주 등장한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을 받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탁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다. 어느날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 라이우스를 죽이고 왕비였던 이오카스테와 결혼해 테베의 왕이 된다.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지만 또 다시 신탁을 통해 테베의 왕 라이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였고 테베의 왕비이자 부인이었던 이오카스테는 자신의 어머니임을 알게 된다. 이 충격적인 사실 앞에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이오카스테는 자결을 하고 오이디푸스는 부모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된 채 유랑의 길을 떠나게 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