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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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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 현진건의 설렁탕이 떠오르는 건 인력거꾼 김첨지는 그날 따라 운이 좋았다. 님이 줄을 잇고 자신의 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손님을 태웠다. 그야말로 행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런 행운에도 불구하고 김첨지에게는 알 수 없는 불안이 엄습해 오고 있었다. 아내는 열흘째 아파 누워 있었고 세 살배기 아이는 아픈 엄마 젖이나 빨며 굶주리고 있을 터였다. 게다가 아내는 아침에 일을 나서는 그를 말리기까지 했다. 소설에서 불길한 예감은 늘 틀리는 법이 없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고주망태가 된 김첨지는 집으로 갔다. 불길한 예감을 애써 지우려는 듯 누워있는 아내를 일부러 걷어 차보기도 하고 소리도 질러보지만 아내는 이미 주검이 되어 있었고 아이는 죽은 엄마의 빈 젖을 빨다 지쳐 탈진해 있었다. 김첨지는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내며 푸념을 한다. “ 설..
설렁탕 한 그릇 못 먹고 떠난 아내 현진건의 /1924년 대학시절 학교와 자취집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 늘 궁금하게 쳐다보던 안내표지판이 하나 있었다. 버스가 제기동을 지날 즘 언뜻언뜻 스치는 ‘선농단’. 그렇게 호기심이 많은 성격도 아닌 데 유독 ‘선농단’이 무엇인고 궁금했던 건 근처 식당을 한 번 들른 후였다. 무심히 설렁탕을 주문하고 차림표를 봤는데 ‘설농탕’만 있을 뿐 ‘설렁탕’은 없었다. 주인이 이르기를 같은 음식이라 했다. 그 집을 나오고 둘러보니 ‘설농탕’이라는 글자가 솔솔찮게 눈의 띄었다. 어째 ‘선농단’과 ‘설농탕’에는 깊은 인연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선농단은 조선 태조때부터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고대 중국인들에게 농사를 가르쳤다고 알려진 신농씨와 후직씨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라고 한다.이 때 임금은 손수 밭을 갈고 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