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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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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진짜 이유 때마침 우연히 상경하여 내 그림을 보시게 된 백부님께서는 “지금 이 필법을 계속 다듬어서 니 것으로 만들어라” 하시면서 칭찬해 주셨는데 내색은 하지 않았으나 어쩌면 끊어졌을지도 모를 당신의 필맥(筆脈)이 조카에게 대물림되는 순간을 만끽하듯 흡족한 미소를 지우며 한참을 보고 계셨다.공모전에 입선한 뒤끝이라 그림이란 것이 별것 아니구나 하는 안이하고 건방진 생각이 한동안 나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이렇게 미련하고 어리석은 착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천방지축 날뛰는 젊음 때문 이었을 것이다. -목포시민신문, 2012년 11월5일 인터넷 기사 중에서- 경험이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가는데 소중한 삶의 지혜를 제공해준다. 경험은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
국가정책에 무너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 암소/이문구/1970년 한국 유기농업의 발상지인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의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3년 만에 해결됐다고 한다. 국토해양부와 농민 측이 유기농 하우스단지가 있던 두물머리를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자는 종교계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는데 못내 씁쓸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 것은 일방통행식 국가정책의 폭력성과 그로 인해 파괴되어가는 선량한 개인들의 일상이 여론의 관심 저 편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다수의 행복이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원칙이라지만 그 지고지순한 원칙보다는 다수의 행복을 가장한 위장 민주주의가 횡횡하는 현실에서 그것 때문에 소외받는 소수는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희생양인지 아니면 민주주의를 위한 거룩한 제물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실제 두물머리 유기농지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복..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알싸한 그 냄새의 정체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너 말 마라." "그래!"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누질을 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유정의 소설 중에서- 1936년 『조광』 5월호에 발표된 김유정의 소설 은 산골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의 주인공 '나'와 점순이의 순박한 애정행각을 해학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삶의 기반을 잃고 떠도는 가난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