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61)
수이전, 여왕을 사모했던 말단관리의 운명은? 수이전/작자 미상(신라 시대로 추정, 57~935년)/이대형 편역/소명출판 펴냄 나무 목[木]자 둘을 합치면 수풀 림[林]자가 된다는 것은 한자 문외한이 아닌 이상 누구나 다 아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그렇다면 물 수[水]자 셋을 합치면 어떤 글자가 될까? 아니 그런 한자가 있기나 할까? 나무가 둘 모여 수풀을 이루니 물이 셋 모이면 어떤 의미일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묘[淼]자란다. 수면이 아득할 정도로 '물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 궁궐 전각에는 화재예방을 위해 수[水]자를 새긴 육각형 은판을 봉안했다고 한다. 물론 '드므'라는 커다란 물항아리를 건물 곳곳에 배치했다고는 하나 건축물 대부분이 나무로 지어져서 한 번 불이 나면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 주술적 힘이라..
아폴론과 히아킨토스, 너를 영원히 기억할께 히아신스라는 꽃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이름이 낯설어서 그렇지 동네 꽃집을 지나치다 보면 한번쯤 보았을 그런 꽃일 수도 있다. 마치 수국처럼 보라색의 작은 꽃잎이 대여섯 장씩 붙어 있는 꽃이 히아신스이다. 때로는 투명 유리컵에 꽂아 놓아 물밑으로 보이는 하얀 수염뿌리가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꽃이 그렇듯이 히아신스도 꽃말이 있는데 '기억'이라고 한다. 히아신스의 꽃말이 '기억'이 된 데는 그리스 신화 속 히아킨토스Hyakintos라는 청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태양신 아폴론의 사랑은 늘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으로 끝난다. 다프네와의 사랑이 그랬고, 카산드라와의 사랑이 그랬다. 요정이나 공주와의 사랑조차도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이었거늘 사내와의 사랑은 오죽 ..
아폴론과 다프네, 월계수가 된 사랑 【그리스 신화】 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마라톤이다. 마라톤 우승자에게는 명예와 영광의 상징인 월계관을 씌워준다. 흔히 월계관은 월계수 잎으로 만든 것으로 생각하나 고대 그리스 올림픽 제전에서는 올리브 가지를 엮어 월계관을 만들었다. 월계수 잎으로 월계관을 만들어 승리자에게 씌워준 것은 고대 그리스의 피티아 제전이었다. 제1회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올리브 가지로 월계관을 만들었지만 그 이후 올림픽에서는 그 지역의 생태계에 맞는 식물로 월계관을 만든다고 한다. 가령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쓴 월계관은 참나무 가지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계관이 상징하는 명예와 승리의 의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월계관이 이런 의미를 갖는 데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폴론..
음식 그림에 담긴 인간의 은밀한 본능 풍미 갤러리/문국진·이주헌 지음/이야기가있는집 펴냄 법의학자와 미술평론가가 ‘음식물 정물화’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파헤친다. 이 책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예민한 미각을 주제로 명화 속에 담겨 있는 음식의 풍속과 사람들의 욕망을 풀어내고 있다. 인간들이 느끼는 맛은 분위기, 성향, 감정, 심성 등에 의해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저자들은 단순히 ‘맛’이라는 표현보다는 ‘풍미’라는 말로써 명화 속에 담겨진 풍성한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있다. 법의학자 문국진은 음식물에 포함된 과학적, 의학적 의의와 맛의 감각성에 대해 명화를 이야기하고 있고, 미술평론가 이주헌은 음식 문화가 예술로 승화된 인문적 배경과 역사적 배경으로 명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 는 맛이 담긴 음식, 음식에 담긴 사람 그리고 이 모두..
봄밤, 분수를 아는 사랑 봄밤/권여선/2013년 두 수의 비의 값을 분수라고 한다. a/b라는 식으로 표현하며 a를 분자, b를 분모라고 한다. 분자가 분모보다 작은 분수를 진분수, 분자가 분모보다 큰 분수를 가분수라고 한다. 파고 들어가면 더 골치가 아플터, 분수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시키면 아니 적용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분자에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놓고 분모에 그 사람의 나쁜 점을 놓으면 그 사람의 값이 나오는 식. 물론 장점이 많은 사람이면 그 값은 1보다 큰 가분수가 될 것이고, 지나치게 단점만 많은 사람이라면 진분수가 될 것이다. 톨스토이의 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톨스토이는 왜 혁명가 노보드보로프를 하위 수준의 혁명가로 간주했을까? 노보드보로프는 혁명가들 사이에서 대단한 존경을 받고 있었으며 또 훌륭한 학자..
연인의 달콤한 속삭임, 그런데 왜 나는 눈물이 날까? 비르지니와 폴/빌리에 드 릴아당(Villiers de Lisle-Adam, 1838~1889, 프랑스) 18세기 인도양 한가운데 있는 섬 일드 프랑스(지금의 모리셔스)에 달콤한 사랑에 빠진 폴과 비르지니라는 선남선녀가 살고 있었다. 평민 집안의 아들이었던 폴과 달리 비르지니는 부유한 귀족 집안의 딸이었다. 평민과 귀족이라는 신분 차이도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두 집안은 신분 차이를 넘어 스스럼없이 지냈고 폴과 비르지니도 마치 친남매처럼 지내며 성장했고 점차 나이가 들면서 둘은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귀족 집안이었던 비르지니는 정식 교육을 시키고 재산을 상속시키겠다는 백모의 부름을 받고 본국인 프랑스로 떠나게 되었다. 비르지니는 폴만 섬에 남겨두고 떠나는 게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문명의 이기가 애물단지일 때도 있다 전화/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 1893~1967, 미국)/1930년 제발, 하느님, 그 사람이 지금 저한테 전화 좀 하게 해 주세요. 사랑하는 하느님, 저한테 전화 좀 하게 해 달라고요. 다른 부탁은 안 할게요. 정말이에요. 큰 부탁도 아니잖아요. 힘든 일도 아니에요. 하느님한테는 아주 하찮은 일이니까요. 그냥 전화만 하게 해 주면 돼요. 네? 제발요, 하느님. 제발요, 제발, 제발. - 중에서-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이 여자. 무척이나 초조해 보인다. 그저 전화만 기다리는 게 아닌가 보다. 전화가 오면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대체 갈피를 잡지 못한다. 500까지 다 세기 전에 받지 말아야지 하면서 숫자를 헤아려 보지만 얼마 못가 다시 '제발 좀 울려라' 하면서 아무런 반..
이 여자 이 남자가 옛사랑을 만났을 때 철 늦은 국화(만국, 晩菊)/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 1903~1951)/1948년 한 여자가 있다. 옛사랑으로부터 일 년 만에 전화를 받은 여자는 서둘러 목욕을 한다. 탕 속에 들어가고 나오기를 되풀이한다. 냉장고 얼음을 잘게 깨서 가제에 싼 뒤 거울 앞에서 서서 골고루 마사지를 한다. 피부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굴이 빨갛게 된다. 정종을 다섯 잔 정도 단숨에 마신다. 희미하게 취기가 오르면 눈 밑이 붉게 물들고 커다란 눈이 촉촉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 양치질을 해서 술 냄새를 없앤다. 푸른빛이 도는 화장을 하고 글리세린으로 갠 크림을 바른다. 립스틱만은 고급스러운 것으로 골라 짙게 바른다. 로션을 손등에 바르고 향수는 달콤한 향이 나는 것으로 어깨와 두 팔뚝에 바른다. 여전히 한 남자의 여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