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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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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 메밀밭과 하얼빈 카타이스카야 이효석의 /「문장」19호(1940.10) 영화 보기를 좋아했고, 도시의 정서를 사랑하고, 깨끗한 린넨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에서 예쁜 잔에 커피를 마시고, 버터를 좋아했던 사람 바로 작가 이효석을 두고 한 말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 깊이 각인된 까닭에 서구적 취향을 즐겼다는 이효석을 선뜻 상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소설이 작가 상상력의 발로라지만 작가 자신의 삶이나 정신과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작품을 대하면서 그 감동을 봄눈 녹듯 기억 속에서 지워야만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풍경의 묘사가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효석의 소설 이 그렇다. '합이빈(哈爾賓)'은 중국의 도시 하얼빈을 한자식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왼손잡이의 동행 [20세기 한국소설] 중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조광」12호(1936.10)/창비사 펴냄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릭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한 편의 짧지 않은 시를 읽는 듯 서정적이다. 소설을 시문학으로 한단계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유진오 등과 동반작가로도 불리는 이효석은 구인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그의 소설과 달리 실제 생활은 커피를 마시고 버터를 좋아하는 등 도시적 면모가 강했다고 한다. 『메밀꽃 필 무렵』만 본다면 작가 이효석의 작가로서의 천재성을 확인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