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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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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보다 더 짜증나는 것 윤흥길의 소설 는 이렇게 시작된다. ‘밭에서 완두를 거둬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 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그렇다. 소설 속 표현처럼 장마는 늘 음침하고 스산하다. 하지만 올 장마는 비도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고 평년보다 늦게까지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한낮의 더위를 식혀주어야 할 소나기가 오히려 습도만 높여 불쾌지수가 상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어젯밤 일할 때도 그랬다. 낮 동안 덮혀진 땅을 채 식히기도 전에 한바탕 쏟아지고 만 소나기 때문에 땅에서는 연기처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몸뚱이는..
복(伏)날 개고기는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오늘은 삼복(三伏) 중 그 첫째인 초복(初伏)이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날이 바로 삼복이다. 조상들은 추위는 극복 가능한 자연재해로 생각했지만 더위만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장 더운 세 날을 아예 노는 날로 생각했으니 말이다. 오죽했으면 피서(避暑, 더위를 피하다)란 말을 쓸까?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양기에 눌려 음기가 바닥에 엎드린 날이 복날이라고 했다고 한다. 즉 음기를 보충해야 제대로 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삼복이 들어있는 양력으로 7월 중순에서 8월 초순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의 계절이다. 특히 다습한 기후로 인해 짜증까지 더해지면서 때로는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름철 일기예보에서 불쾌지수를 같이 보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쉼없이 흐르는 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