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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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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달라졌을까? 詩 '휴일특근' 같이 일하는 형님이 침통한 얼굴을 하고 나를 불렀다. 한손에는 급여명세서가 들려 있었다.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10몇 퍼센트 올랐다는데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설마요?' 하면서 급여명세서 좀 볼 수 있냐고 했다. 노동조합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개별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선뜻 자신의 급여를 공개하기가 망설여질 것이다. 한참 고민 끝에 보여준 급여명세서는 도통 알 수 없는 내용뿐이었다. 식비나 교통비, 직무 수당과 같은 각종 수당은 사라지고 급여총액과 공제금액뿐이었다. 아, 뉴스에서 보던 꼼수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킨다더니 이런 식이었구나 싶었다. 그러니 작년 월급과 큰 차이가 없을 수밖에.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 중 90% 이상은 최저임금 노동자다..
메이, 메이데이, 오월, 노동절 그리고 마이아 바람둥이 제우스의 여신들⑫ 마이아 특별한 오월이 시작됐다. 신록이 우거지고 꽃들이 만발하는 오월은 특별할 것 없는 자연의 법칙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뤄지는 올해 오월은 생경하기까지 하다. 한겨울 한파를 뚫고 투표장까지 가야 했던 기존 대통령 선거와 비교해 ‘장미 대선’이라고들 한다. 부정이 개입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가장 강력하고도 성스러운 국민주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보았듯이 그런 선택이 늘 옳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투표를 외면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민주주의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숙하고 발전하기 때문이다. 오월 선거가 ‘장미 대선’이라는 수식어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런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
유기견을 사랑한 이 여인, 참 아름답다 꾸사까/레오니드 안드레예프(Leonid Nikolayevich Andreyev, 1871~1919, 러시아)/1901년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낯설고 어색하다.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열광한 나머지 그녀의 내면에는 터럭만큼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외모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뭇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이효리의 최근 근황을 보면 아직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게다가 버려진 애완동물들을 키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녀가 채식주의자인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그렇다고 동물 사랑이 이 정도일 줄이야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이효리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한 유기견을 안고 활짝 웃는 모습을 공개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붉게 드러난..
노동절 124주년,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노동의 새벽/박노해/1984년 지난 달 27일 공개된 한국금융연구원의 '임금없는 성장의 국제 비교' 보고서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늘 소외돼 왔던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명목 임금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로 조정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2.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근로자 수로 나눈 실질노동생산성은 9.8% 증가했다고 한다. 열심히 일했지만 그에 합당한 댓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던 실질임금과 실질노동생산성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당장이라도 선진국에 진입할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하고..
노동절에 다시 읽는 시 '노동의 새벽' 노동의 새벽/박노해/1984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암울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며 활동하는 노동형제들에게 조촐한 술 한상으로 바칩니다. 노동자 시인 박노해의 첫 시집 은 '1984년 타오르는 5월에' 이 땅의 노동형제들을 향한 저자의 애틋한 사랑과 연대의 말로 시작된다. 어쩌면 저자는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쓰러져간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애도를 '조촐한 술 한상'을 바치는 심정으로 시를 썼는지도 모르겠다. 벌써 횟수로 삽십 년이다. 이 노동자의 삶을 그린 어떤 소설이나 시보다도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저자가 이 땅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온몸으로 부대낀 노동자였기 때문일 것이다. 피끓는 대학 시절 읽었던 을 다시 꺼내 든 노동절 아침, 세 번씩이나 변신을 거듭했던 강..
금택씨와 재분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리 저는 금택씨가 축구공을 산 건 2주전이란다 근린공원 안에 새로 생긴 미니 축구장 인조잔디를 보고 벌초 끝난 묏등 보듯 곱다 곱다 하며 고개를 외로 꼬기 석달 만이란다 평생 다리를 절고 늙마에 홀로된 금택씨가 문구점에 들어설 때 하늘도 놀랐단다 보는 이 없어 사람만 빼고 동네 만물은 모두 그가 의정부 사는 조카 생일선물 사는 줄 알았단다 삭망 지나 구름도 집으로 간 여느 가을밤 금택씨는 새벽 세시 넘어 축구공을 끼고 공원으로 가더란다 열시면 눈 감는 가등 대신 하현달에 불을 키더란다 금택씨 빈 공원 빈 운동장을 몇번 살피다가 골대를 향해 냅다 발길질을 하더란다 골이 들어가면 주워다 차고 또 차고 또 차더란다 그렇게 남들 사십년 차는 공을 삼십분 만에 다 차넣더란다 하현달이 벼린 칼처럼 맑은 스무하루 ..
노동자 창선의 손바닥에는 소 우(牛)자가 찍혀 있었다 한설야의 /1929년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온 이 땅/우리의 노동으로 일떠세운 이 땅에/사람으로 살기 위하여 사랑으로 살기 위하여/저 지하 땅끝에서 하늘 꼭대기까지/우리는 쫓기고 쓰러지고 통곡하면서/온몸으로 투쟁한다 피눈물로 투쟁한다/이 땅의 주인으로 살기 위하여 -박노해의 시 중에서- 박노해 시인만큼 우리 노동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개발이라는 명분 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유혹하는 공단의 불빛, 산업역군이라는 권력과 자본의 달콤한 말에 하루가 멀다 하고 강행하는 잔업과 철야, 잘도 도는 미싱에 벌집이 돼버린 손가락, 그러나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건 개 돼지만도 못한 처참한 생활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름시름 앓다가 차가운 쪽방 한 켠에서 맞이하는 죽음…’얼굴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