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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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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아사달 아사녀에게 바치는 시 아사녀/신동엽(1930년~1969년) 모질게도 높운 城돌 모질게도 악랄한 채찍 모질게도 음흉한 술책으로 죄없는 월급쟁이 가난한 백성 平和한 마음을 뒤보채어쌓더니 산에서 바다 邑에서 邑 學園에서 도시, 도시 너머 궁궐 아래. 봄 따라 왁자히 피어나는 꽃보라 돌팔매, 젊어진 가슴 물결에 헐려 잔재주 부려쌓던 해늙은 餓鬼들은 그혀 도망쳐갔구나. -애인의 가슴을 뚫었지? 아니면 조국의 旗幅을 쏘았나? 그것도 아니라면, 너의 아들의 학교 가는 눈동자 속에 銃알을 박아보았나?-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우리들의 피는 대지와 함께 숨쉬고 우리들의 눈동자는 강물과 함께 빛나 있었구나. 四月十九日, 그것은 우리들의 조상이 우랄 高原에서 풀을 뜯으며 양달진 동남아 하늘 고운 半島에 移住 오던 그날부터 삼한으로 백제로 고려..
한국사람이 '어뢴지' 하면 미국사람 되나요 말의 사기사님네께/신동엽(1930년~1969년) 한 천년 졸아나보시지요 일제히 고개들을 끄덕대며 무슨 싸롱이라든가에 들어앉아 별들이 왜 별입니까 그것은 땅덩이지요. 아 그 유명한 설계사 피카소씨라시죠 아니, 저, 뭣이냐 그 입체파 가수들이라시던가요. 멋쟁이시던데요 새파란 제자들을 대장처럼 데리구 앉아. 농사나 지시면 한 백석직은. 품도 한창 아쉴 땐데. 염체 좋은 사람들 그래, 멀쩡한 정신들 가지구서 병신 노릇 하기가 그렇게나 장한가요 마음껏 흉물 쓰구 뒤나 자주 드나드시죠 양식은, 피땀 흘려 철마다 꼭 꼭 보내올릴께요. 뽕먹는 누에처럼 그 괴상한 소리나 부지런히 뽑아서 몸에 자꾸 감아보세요 「어떻게 되나」 참 훌륭도 하시던데요 어쩌면 그렇게도 꼭 같을까 미국사람을 참 훌륭히도 닮으셨어 조끔만 더 있으면..
매향,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위무 매향/전성태/1997년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은 길가메시다. 활발한 토판 발굴로 호메로스의 와 를 대신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서사시로 인정받고 있는 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에 등장하는 신들 중에서 또 한 명의 빼놓을 수 없는 신이 있다. 바로 엔키두다. 는 목축사회를 상징하는 엔키두와 농경사회를 상징하는 길가메시의 대결로 시작되지만 엔키두의 죽음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목축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의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엔키두의 죽음은 길가메시로 하여금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겨준다.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되살리고 영생을 주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게다가 엔키두의 죽음은 길가메시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갖게 한다. 길가메시의 여행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
월북과 탈북의 경계에 선 사람들 계용묵(1904~1961)의 /「동아일보」(1946.12.1~31) 이순신은 영웅이다. 존경하는 역사인물을 꼽으라면 늘 1,2위를 다툰다. 영웅은 신화로 비약한다. 누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절명의 순간에도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며 죽음마저 초월해 범접하기 힘든 성인의 경지에까지 올라갔다. 생물학적으로야 이미 죽었지만 여전히 그는 살아있는 존재다. 인간과 신의 구분을 불멸에 둔다면 이순신은 신이다. 역사는 앞으로도 그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과 함께 장렬히 전사한 수천, 수만의 범부(凡夫)들도 있을진대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역사는 굳이 그들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동서고금의 역사에는 영웅은 있을지언정 사람은 없다. 꿈에 그리던 해방, 환희로 가득찼던 해방 서울에는 사람이 ..
나는 이래서 XX단에 가입했다 [20세기 한국소설] 중 최서해의 『탈출기』/「조선문단」6호(1925.3)/창비사 펴냄 ‘조선의 막심 고리키’ 최서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냉전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의 슬픔이자 아픔이다. 나의 저급한 문학적 소양을 일반화시키는 오류일수도 있겠지만 우리 과거가 그랬고 현실이 또 그렇다. 색안경을 끼고 볼 기회조차도 억압받았던 시대, 소위 좌파문학이라 일컫는 우리 소설들은 교과서에서도 외면받았고 가령 교육을 받았다손치더라도 몇 줄에 불과한 설명뿐이었다. 최서해의 『탈출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약하나마 출판사가 제공한 작가 최서해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본명이 학송인 최서해는 1901년 함경북도 성진의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품팔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