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12)
관계에 대하여 자노와 콜랭/볼테르(Voltaire, 1694~1778, 프랑스) 우리나라에서는 '싸롱'이라는 이름으로 다방이나 양주집, 접대부가 있는 술집 정도로 위상이 낮아졌지만 원래 '살롱Salon' 문화는 프랑스 문화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살롱 문화는 귀족 부인들이 자기 집에 문화계 명사들을 불러 문학이나 도덕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던 풍습으로 고전주의 문학의 바탕이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소통과 공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에 따르면 18세기 살롱은 문예와 정치 비판의 중심지였으며 부르주아 공론장의 맹아였다. 하지만 살롱 문화도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적인 방..
천재 존 레논이 아닌 인간 존 레논을 만나다 존 레논 레터스/헌터 데이비스 지음/김경주 옮김/북폴리오 펴냄 존 레논은 화나거나 기쁠 때나 자신의 거의 모든 감정을 글로 옮겨냈다. 존이 작곡한 곡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았고 그는 「Help!」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Imagine」 외에도 많은 작품을 남긴 위대한 작곡자이자 시인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존 레논 레터스』는 그가 생전에 남긴 편지들을 한 데 모은 최초의 책이다. 비틀즈 전기를 집필했던 헌터 데이비스는 존이 친척과 친구, 팬들과 애인, 심지어 세탁소 앞으로 쓴 편지와 엽서 300여점을 추적했다. 존의 친척들과 절친한 친구들,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집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적극 협조했다. 존의 아내이자 저작권 소유자이기도 한 오노 요코도 이 ..
한글박물관 들어보셨나요? 우리말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전시하는 박물관이 문을 열 예정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이 오는 10월 9일 한글날 개관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와 체험,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이다. 한글의 문자·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과학·산업·예술 등 여러 분야와의 소통을 통해 한글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심 기관으로 성장할 예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국가 대표 콘텐츠로서 한글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0년 박물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2013년 8월 준공하였다. 박물관 전시 등 운영방향 정립을 위하여 한글 관련 학계·단체, 디자인, 문화예술계 관련 분야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개관위..
소설 속 낯선 우리말①, 보짱 그야말로 말[言]의 홍수 시대다. 그 진원지는 바로 바다 건너 세상과 인터넷이다. 반면 불타는 가뭄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말도 있으니 일상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우리말이다. 일상 대화 중에 또는 높으신 분들의 연설 중에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말하면 자신의 위상이 높아지는 양 현학적인 단어 선택은 아름다운 우리말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속의 출처도 불분명한 말들은 외계어라는 이름으로 일상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제 우리말은 TV 속 우리말을 소개하는 짧은 코너에서나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문화 교류를 역설하지만 정작 우리 문화의 핵심인 우리말은 그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소설을 읽다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몇 백 년 전의 소설..
체 게바라 티셔츠 징계, 천박하고 부끄럽다 1951년 아르헨티나의 젊은이 두 명이 모터싸이클을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 스물세 살의 체 게바라와 여섯 살 많은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포데로사'라는 이름의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장장 8개월 동안 남미 대륙을 종단한다. 참 '컴백'이라는 강아지와 함께. 그러나 그들이 오토바이로 남미 대륙을 종단하면서 본 것은 낭만이 아니었다. 헐벗고 기본적인 의료혜택도 못받고 있는 남미 민중들의 비참한 현실이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가난한 남미 민중들의 삶을 체험하며 그들이 미래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상상하고 고민한다.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체 게바라가 사망한 1967년, 당시의 오토바이 여행을 그린 책 을 출간한다. 한 영웅, 체 게바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여행을 그린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는 바로 이 ..
독일인들이 인형을 밖을 향해 진열하는 이유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박성숙/21세기북스/2012년 사업차 뉴질랜드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출장 일정을 끝내고 귀국하기 전날 저녁 현지 거래처 사장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남태평양의 밤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오클랜드 항구의 어느 레스토랑. 그곳에서 우리 일행은 생애 가장 지루한(?) 저녁식사를 했다. 기껏해야 십 분이면 끝날 식사를 장장 두 시간에 걸쳐 하고 있었으니 들쑤시는 엉덩이를 주체하지 못해 오클랜드 밤바다를 핑계로 들락날락 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민망하기 짝이 없다. 제 아무리 민감한 혀라도 뉴질랜드의 생선 요리와 와인 맛을 제대로 느꼈을 리 만무했다. 지금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진득하니 앉아서 미식가 흉내라도 내볼 텐데 말이다.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몇 달 후 뉴질랜드..
매향,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위무 매향/전성태/1997년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은 길가메시다. 활발한 토판 발굴로 호메로스의 와 를 대신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서사시로 인정받고 있는 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에 등장하는 신들 중에서 또 한 명의 빼놓을 수 없는 신이 있다. 바로 엔키두다. 는 목축사회를 상징하는 엔키두와 농경사회를 상징하는 길가메시의 대결로 시작되지만 엔키두의 죽음을 통해 메소포타미아 지역이 목축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의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엔키두의 죽음은 길가메시로 하여금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겨준다. 길가메시는 엔키두를 되살리고 영생을 주기 위해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 게다가 엔키두의 죽음은 길가메시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갖게 한다. 길가메시의 여행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킨 이유 들어보니, 기가 막혀 한글날을 공휴일로 복원해야만 하는 이유 일본의 언어학자이자 판화작가인 노마 히데키는 그의 저서 에서 한글의 탄생을 동아시아 문화의 역사 속에서 일대 사건이었다고 표현했다. 한글을 모국어로 하지않는 외국인도 한글의 우수성을 이렇게 찬양하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말인 한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글의 우수성을 배우고 익히기는커녕 한글날의 숭고한 정신을 지키는 것만도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다. 외래종교의 창시자 탄생일도 공휴일로 지정된 마당에 한글날이 그저 이름뿐인 기념일에 그치고 있는 현실은 문화가 경쟁력이라는 최근의 추세와도 맞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 문방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1949년 국경일로 지정돼 공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