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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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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대하여 자노와 콜랭/볼테르(Voltaire, 1694~1778, 프랑스) 우리나라에서는 '싸롱'이라는 이름으로 다방이나 양주집, 접대부가 있는 술집 정도로 위상이 낮아졌지만 원래 '살롱Salon' 문화는 프랑스 문화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살롱 문화는 귀족 부인들이 자기 집에 문화계 명사들을 불러 문학이나 도덕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던 풍습으로 고전주의 문학의 바탕이 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소통과 공론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에 따르면 18세기 살롱은 문예와 정치 비판의 중심지였으며 부르주아 공론장의 맹아였다. 하지만 살롱 문화도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적인 방..
신경숙, "표절 지적, 맞다는 생각" 인정일까 변명일까 작가 신경숙씨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단편소설 의 표절 파문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소설을 작품 목록에서 제외시키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신경숙씨는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과 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실상 잘못을 인정했다. 아울러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또 처음 문제를 제기한 이응준 작가를 비롯해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라며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라는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며 절필 선언에는 반대했다. 처음 문제가 제..
독자는 왜 베스트셀러를 고집할까 베스트셀러의 역사/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이상해 옮김/까치 펴냄 1964년 출생의 헌법학자로서 현재 파리 제5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프레데리크 루빌루아(Frederic Rouvillois)가 쓴 이 책 는 2011년 간행 직후에 프랑스 독서계에 큰 화제를 불러왔다. , , 등의 유력 미디어에 서평과 저자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으며, 2011년 말에는 문예지 에 의해서 “올해의 최우수 서적” 중 한 권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16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출판 혁명이 일어난 유럽과 미국을 축으로 하여 400여 권의 풍부한 사례를 들어 500여 년 동안의 베스트셀러의 정체와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데, 그 조건의 역사적인 변천 그리고 특정 베스트셀러가 나타난 시대상 및 사회상을 고찰함으로써 베스트셀러 탄..
문인들 "반성없는 권력에 맞설 것"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학인들이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는 일이 작가의 몫’이라며 국민의 편에 서지 않는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맞설 것임을 선언했다.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 소속 문인 754명은 2일 서울 서교동 인문까페 창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이런 권력에 국가개조를 맡기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시국 성명서를 발표했다. 소설가 황석영, 시인 이시영, 평론가 황현산 등 문인들은 세월호가 침몰한지 한 달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참담한 광경들을 거듭 목격하고 있다며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례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절실히 깨닫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하는 시민들을 향해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서는 통제와 억압을 진두지휘하는” 박근혜 정부..
짜장보다 더 맛있는 우리말, 짜장 한때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KBS 개그콘서트의 ‘현대레알사전’이란 코너의 한 토막이다. “남자에게 나이트클럽이란?” “여자 꼬시러 갔다가 아무 소득 없이 돈만 쓰고 오는 곳" “여자에게 나이트클럽이란?” "양주, 맥주 공짜로 얻어먹고 싶을 때 가는 곳"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같은 단어를 두고 남녀의 해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 나이트클럽에 대한 중년 남녀의 서로 다른 해석까지 나오면 관객들은 그만 배꼽을 잡으며 자지러지고 만다. ‘자기들끼리 갔다가 신나게 놀고 물 흐리고 오는 곳’이 중년 남자에게 나이트클럽이라면, 중년 여자에게는 ‘자기들끼리 신나게 갔다가 자기들끼리만 놀고 오는 곳’이란다. 사진> 다음 검색 이 코너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정작 코너 제목에 대해서는 무슨 뜻인지..
용龍은 드래곤Dragon이 아니다 문무왕이 승려에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불법을 수호하겠노라.” 승려는 죽으면 용이 되겠다는 문무왕의 말에 다음과 같이 물었다. “용은 비록 상서로운 동물이지만 그래도 짐승이거늘, 어째서 용이 되겠다고 하십니까?” 문무왕이 대답했다. “만약 내가 업보를 받아 짐승으로 태어난다면 이 또한 내 뜻에 맞느니라.” 대왕암이라고도 불리는 경주 문무대왕릉에 얽힌 설화 한 토막이다. 문무왕의 애국충절과 지극히 인간다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설화라고 하겠다. 여기서 한가지 궁금한 것은 용은 상상 속의 동물로 늘 상서로운 존재로만 생각했었는데 문무왕은 인간 세상에서의 업보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용이라고 했다. 우리 조상들의 용에 대한 인식은 신성한 상상 속의 동물이면서 친숙한 동물이..
소설 속 낯선 우리말①, 보짱 그야말로 말[言]의 홍수 시대다. 그 진원지는 바로 바다 건너 세상과 인터넷이다. 반면 불타는 가뭄을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말도 있으니 일상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우리말이다. 일상 대화 중에 또는 높으신 분들의 연설 중에 외래어나 외국어를 섞어 말하면 자신의 위상이 높아지는 양 현학적인 단어 선택은 아름다운 우리말의 존재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속의 출처도 불분명한 말들은 외계어라는 이름으로 일상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제 우리말은 TV 속 우리말을 소개하는 짧은 코너에서나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문화 교류를 역설하지만 정작 우리 문화의 핵심인 우리말은 그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소설을 읽다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몇 백 년 전의 소설..
얼마나 서러우면 빗물이 다 울까, 설움의 덩이 설움의 덩이/김소월(1902~1934) 꿇어앉아 올리는 향로의 향불. 내 가슴에 조그만 설움의 덩이. 초닷새 달 그늘에 빗물이 운다. 내 가슴에 조그만 설움의 덩이. 꿇어앉아 향불을 피우는 행위가 마치 경건한 구도자의 모습같다. 설움의 크기도 계량화시킬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설움을 화자는 조그맣지만 '덩이'라고 표현했다. 가슴을 저미는 설움이 얼마나 컸으면 뭉치고 뭉쳐 '덩이'가 됐을까. 구도자의 자세로 설움을 삭히려는 화자의 모습은 종교보다도 더 숙연하고 진지하다. 빗물이 다 울 정도니 설움으로 화자가 받았을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화자는 가슴 한 구석을 채우고 있는 설움을 떨쳐낼 수 있을까. 화자에게 설움은 '향불'과 '빗물'로 상징화되지만 아쉽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