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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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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쇼는 집어치워라 여우와 원숭이 무능력, 무기력. 요즘 새정치연합을 보고 있자면 떠오르는 단어라곤 기껏해야 이것밖에 없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나름의 역할과 업적을 쌓아왔지만 그런 과거가 현재를 정당화시켜줄 수는 없다. 혹자는 말한다. 새정치연합의 무능력과 무기력은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기야 과거 야당시절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새누리당을 보면 일사분란해는 보이기는 한다. 그렇다고 그런 권위주의적 정당이 달라진 시대의 롤모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필요해던 시대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또 내일이면 오늘과 다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무능력, 무기력은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크다. 언제적 '민주 대 반..
시대를 담아내지 못한 정치, 그래도 희망이 있는 이유 포도나무집 풍경/김영현/1988년 1987년은 승리의 역사이자 패배의 역사였다. 부정한 권력과 맞선 민중의 승리였지만 민중의 염원인 민주정부 수립에는 실패한 정치의 패배였다. 정치의 패배란 무엇을 의미할까? 6월 민중항쟁으로 수십 년간 이어져온 군사독재정권은 민중의 힘으로 막을 내렸다. 그야말로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을 대변할 민주정부가 손에 잡히는 듯 했다. 아니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민주정부는 고사하고 군사독재정권의 2인자였던 정치군인이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양김(김대중, 김영삼)의 분열은 지나치게 고상한 표현이었다. 사실은 6월 민중항쟁의 의미를 정치적으로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양김의 탐욕이 원인이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은 어느덧 현실에 대한 무기력과 패배감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방란장 주인' 마침표(.)가 단 하나뿐인 소설 [20세기 한국소설] 중 박태원의 『방란장 주인』/「시와소설」1호(1936.3)/창비사 펴냄 노래 부를 때 뿐만 아니라 책도 읽다 보면 호흡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호흡의 길이는 읽는 이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적절한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호흡은 책의 이해도를 높이고 내용의 흐름을 원활하게 연결시켜 준다. 또 호흡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호흡은 대략 한 문장이 끝나거나 길지 않은 문단이 끝났을 때가 대개는 적절한 타이밍으로 여겨진다. 여기 언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지 적절한 타이밍을 혼란스럽게 하는 소설이 있다. 박태원의 소설 『방란장 주인』이 그것이다. 『방란장 주인』은 단 한 문장으로 된 단편소설이다. 아무리 단편소설이라지만 어지간한 필력으로는 소화해 내기 힘든 5,558자에 이르는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