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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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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세상을 허우적대는 우리의 자화상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여기 세 장의 사진이 있다. 귀엽게 생긴 열 살 남짓한 어린아이의 사진이지만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은 뜯어보면 볼수록 어딘지 모르게 음산하고 불길한 것이 느껴진다. 또 하나의 사진은 어엿한 청년이 된 그 아이의 사진이나 어쩐지 괴담같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마지막 사진은 어른이 된 그 아이가 분명한데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다. 화로에 손을 쬐고 있는데 그대로 죽어버린 듯한 음산하고 불길한 인상을 풍기는 사진이다. 전후 일본문학의 거장 다자이 오사무(1909~1948)가 본 이 세 장의 사진 주인공은 다름아닌 '요조'라는 사람이다. 은 이 세 장의 사진에 얽힌 요조의 에피소드를 모은 액자소설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친절하게도 후기를 통해 이 수기를 쓴 광..
마약, 쾌락과 파멸의 경계에서 나는 육지에서 꽤 먼 섬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동네 어른들의 대화 중에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말이 있다. ‘누구누구는 아마 아편으로 죽었지?’ ‘해마다 면에서 나와 양귀비밭을 불지르곤 했는데, 그러면 뭘해. 내년이면 또 여기저기 새로 나는데…’ 얼핏얼핏 스치는 얘기들이었지만 아직껏 기억이 뚜렷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할아버지도 젊은 시절 아편을 복용하셨고 그게 이유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편 때문에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어서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동네 어른들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알았다. 내가 태어난 섬은 일제 강점기 지주의 횡포에 대항해 농민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던 곳이다. 이 농민운동은 해방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다. 일제의 보호아래 성장했던 지주들이 여전히 섬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