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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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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런 인간이 서 있는 이곳, '슬픈치' 박서영의 시 '슬픈치, 슬픈' 통영 비진도에 설풍치(雪風峙)라는 해안언덕이 있다. 폭설과 비바람이 심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절벽이다. 그래서 설풍치는 슬픈치로 불리기도 한다. 그 해안을 누가 다녀갔다. 길게 흘러내린 절벽치마의 올이 풀려 도도새, 여행 비둘기, 거대한 후투티, 웃는 올빼미, 큰바다쇠오리, 쿠바 붉은 잉꼬, 빨간 뜸부기. 깃털이 날아가 찢어진 치마에 달라붙는다. 다시 밤은 애틋해진다. 게스트하우스의 창문을 열오놓은 채로, 달의 문을 열어놓은 채로 잠을 잔다. 희 눈이 쏟아진다. 커튼의 올이 풀려 코끼리새 화석의 뼈를 감싼다. 따뜻한가요? 눈사람이 끼고 있는 장갑의 올이 풀려 내 몸을 친친 감는다. 나는 달아나는 사람의 자세로 묶여 있다. 실종된 지 일주일이 지나 발견된 죽은 새를 안고 있..
날지 못해 멸종했다는 도도새를 위한 변명 영어에 ‘dead as a dodo’라는 숙어가 있다. ‘dodo처럼 죽어버린’이란 뜻일 텐데 ‘dodo’란 단어가 낯선 탓에 완벽한 의미를 유추하기가 쉽지 않다. ‘도도dodo’가 낯선 단어이기는 하지만 어릴 적 기억을 되살린다면 또 그렇게 생소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한번쯤 루이스 캐럴(Lewis Carrol, 1832~1898)의 동화 를 읽어봤기 때문이다. 전세계 어린이들에게는 고전 중에 고전으로 통하는 (원제는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영국의 수학자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gson)이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1865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낯선 단어 ‘도도dodo’는 바로 에서 발견된다. 작가의 분신으로 원을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