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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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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진짜 이름은 어느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 철학을 '저녁이 있는 삶'이란 캐치프레이즈로 홍보했다. 충분한 복지 정책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최소한의 복지 혜택도 누리고 있지 못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다. 저녁이 있는 삶. 나의 '저녁이 있는 삶'은 일주일에 딱 한 번이다. 5년 째 딱 하루만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야간일을 하다보니 출근 전에 먹는 저녁 식사는 사실상 아침 식사나 다름없다. 딱 하루, 토요일만 누구나처럼 온전한 저녁 식사를 하고 저녁 시간을 즐긴다. TV를 볼 수 있는 시간도 토요일 저녁뿐이다. 그렇게 TV 시청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딱 한 번이라는 현실 때문인지 토요일만은 TV를 만끽..
천재 존 레논이 아닌 인간 존 레논을 만나다 존 레논 레터스/헌터 데이비스 지음/김경주 옮김/북폴리오 펴냄 존 레논은 화나거나 기쁠 때나 자신의 거의 모든 감정을 글로 옮겨냈다. 존이 작곡한 곡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았고 그는 「Help!」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Imagine」 외에도 많은 작품을 남긴 위대한 작곡자이자 시인이었다. 이번에 출간된 『존 레논 레터스』는 그가 생전에 남긴 편지들을 한 데 모은 최초의 책이다. 비틀즈 전기를 집필했던 헌터 데이비스는 존이 친척과 친구, 팬들과 애인, 심지어 세탁소 앞으로 쓴 편지와 엽서 300여점을 추적했다. 존의 친척들과 절친한 친구들,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집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적극 협조했다. 존의 아내이자 저작권 소유자이기도 한 오노 요코도 이 ..
화장실 글, 예술이 따로 없네 표구된 휴지/이범선(1920~1981)/1972년 어릴 적 가로등 불빛도 들지 않는 후미진 골목 담벼락에는 꼭 이런 낙서(?)가 있었다. 소·변·금·지 이런 경고 문구까지 써야만 했던 담벼락 주인의 심정이야 오죽했겠냐마는 이런 낙서가 있는 담벼락은 공인(?)된 소변 장소였다. 최소한 바지춤을 꽉 잡고 헐레벌떡 뛰어다니던 사람들에게는 한 줄기 빛과도 같았던 곳이 바로 이런 낙서가 있는 담벼락 아래였다. 요즘이야 현대식 건물로 개·증축되었고 골목마다 가로등은 물론 CCTV까지 설치된 곳이 적지 않고 공중 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어 굳이 이런 낙서가 필요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대신 공중 화장실에서 발견되는 재치있는 글귀들이 오히려 더 화제가 되고 있다. 또 가정집 화장실에도 아름다운 글귀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G20정상회담이 되살린 21세기 속 20세기 대한민국 기대와 설레임으로 맞이했던 새 천년의 축포가 터진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한 세기도 다 못 채우고 사는 게 인간인데 두 세기의 역사를 경험하게 됐으니 이만한 행운도 흔치 않을 듯 싶다. 옛 사람들은 강산이 10년에 한 번 변한다 했다지만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라면 족히 두 세 번은 옷을 갈아입었을 세월이다. 21세기가 불과 10년이 지났을 뿐인데 20세기가 흑백TV 속 세상으로 추억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늘 추억여행에는 애틋함이 있다. 따뜻함이 있다. 그런데 여기 되살리고 싶지 않은 추억들이 있다. 그러나 매일같이 재현되는 악몽같은 추억여행에 미래마저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질 듯 꺼져가는 불빛이 애처롭다. 최근 몇 년 새 '대한 늬우스' 속으로 들어가 버린 현실은 를 통해 절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