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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이 남자가 옛사랑을 만났을 때 철 늦은 국화(만국, 晩菊)/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 1903~1951)/1948년 한 여자가 있다. 옛사랑으로부터 일 년 만에 전화를 받은 여자는 서둘러 목욕을 한다. 탕 속에 들어가고 나오기를 되풀이한다. 냉장고 얼음을 잘게 깨서 가제에 싼 뒤 거울 앞에서 서서 골고루 마사지를 한다. 피부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굴이 빨갛게 된다. 정종을 다섯 잔 정도 단숨에 마신다. 희미하게 취기가 오르면 눈 밑이 붉게 물들고 커다란 눈이 촉촉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 양치질을 해서 술 냄새를 없앤다. 푸른빛이 도는 화장을 하고 글리세린으로 갠 크림을 바른다. 립스틱만은 고급스러운 것으로 골라 짙게 바른다. 로션을 손등에 바르고 향수는 달콤한 향이 나는 것으로 어깨와 두 팔뚝에 바른다. 여전히 한 남자의 여자이고..
교과서 퇴출논란, 도종환 시인이 누구길래 저것은 어쩔수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한톨 살아남을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 할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 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 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않는다. 저것은 넘을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때 담쟁이 잎 하나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벽을 넘는다.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는 도종환 시인의 이다. 조만간 국민 애송시가 되지싶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교과서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이유로 도종환 시인의 를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뺄 것을 출판사에 권고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도종환 시인은 민주통..
올 가을엔.... 태양의 시샘이 천지를 열기로 가득 채웠던 지난 여름날, 여름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오고야 말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그간 지쳤던 몸뚱아리에 달콤한 휴식을 주는 듯 하다. 아직도 한낮의 열기는 그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꽃다지에는 벌써 가을이 찾아왔더라. 초가 지붕을 덮고 있는 저 보름달만큼이나 풍성할 가을을 꿈꿔본다. 가을은 이렇게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바구니로 들어간 초록은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누가 화무백일홍이라고 했던가! 단 하루라도 꽃처럼 아름답게 살고싶다. 다가오는 가을엔 달랑 책 한 권 들어있는 등짐을 꾸리고 코스모스 흐드러진 시골길을 걷고 싶다. 혼자여도 궁색맞지 않으리다.
돌이라고 막대하지 마라!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더니....돌도 예외는 아니나보다. 언젠가 무료해서 화분 장식용으로 쓰려고 준비해 두었던 자갈에 철사와 조화 및 소품을 이용해 소박한 장식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방문한 손님이 팔 수 없겠냐고 해서 지금은 돌잔치 장식용으로 만들고 있다네요. 처음부터 계획된 작품이 아니라서 장비라곤 펜치와 손뿐이네요. 펜치를 이용해 철사를 유선형으로 감아주는 작업이 쉬워보이지는 않습니다. 연성이 좋은 철사인지 마치 기계로 만든 것처럼 정교해 보입니다. 사실 처음엔 이런 모양의 철사가 기성품으로 나오는 줄 알았거든요. 비록 조화지만 돌위에 잔디도 심고 꽃도 피우고 무당벌레도 붙여놓으니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네요. 돌에 붙은 이끼 위에 핀 꽃 한송이가 무당벌레를 유혹하나 봅니다. 세상에 쓸모없이 사라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