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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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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벚꽃 새해/김연수/2013년 처음 만난 사람끼리 서로의 나이 물어보기를 꺼리는 서양인들은 십 년마다 돌아오는 아홉 번 째 생일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지난 십 년의 끝이면서 새로운 십 년의 시작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라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열아홉 번 째 생일은 본격적인 성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시기로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화의 국경이 사라진 요즘 우리라고 시간이나 세월이 주는 의미가 다를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우리 사회에서 서른이 가지는 의미는 서양에서의 열아홉 번 째 생일만큼이나 특별한 시간이나 세월이지 싶다. 김연수의 소설 에서 요즘말로 주인공 성진의 '구여친'인 정연이 '내가 먼저 서른살이 됐다면, 내 쪽에서 먼저 보기 좋게 오빠를 차버렸을 ..
책 사재기 파문과 좋은 책 고르는 방법 인간의 습성이란 참 무섭다. 이성적으로는 부정한 행위인 것을 알면서도 육체는 어느덧 이성의 통제 밖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걸 두고 관행이라고 하나보다.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사재기 의혹이 유명 작가들의 절판 선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번 사건의 파문이 쉽게 사그러들 것 같지 않다. 지난 7일 SBS 시사 프로그램 '현장21'은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황석영 작가가 등단 50주년 기념으로 낸 장편소설 와 김연수 작가의 장편소설 , 백영옥 작가의 이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로 조작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의혹은 사실로 밝혀지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황석영 작가는 이번 사재기 의혹은 작가에 대한 모독이라며 의혹에 휩싸인 자신의 책을 절판시키고 출판권 회수는 물론 출판사를 상대..
춘향의 수절은 부패한 관리들의 음모였다 남원고사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김연수/2003년 경로의존성이란 개념이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쓴 4월16일자 경향신문 시론 '민주당, 우열구도에 익숙해져라'에 따르면 경로의존성이란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이라고 한다. 즉 일단 어떤 경로가 정해져서 익숙해지고 나면 나중에 틀리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돼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반독재 투쟁 시절 민주 대 반민주와 같은 찬반 사고의 틀에 갇혀있는 민주당을 비판한 글이다. 생각컨대 경로의존성은 비단 정치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개념은 아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 일상에서도 이 개념은 쉽게 발견된다. 고전 비틀기 얼마 전 시사 파워블로거 아이엠피터의 글 중에 우리나라..
세 남자가 사냥으로 깨달은 철학적 의문 셋 리기다소나무 숲에 갔다가/김연수/2001년 1980년대와 1990년대 대학가 풍경은 누가 봐도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에 대한 성취감과 치열했던 민주화 투쟁에도 불구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하지 못했던 좌절감이 혼재된 시대였고 새로운 신세대 문화가 태동하는 시기였기에 1990년대 대학가는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가 서서히 싹트는 시기였다. 한편 1980년대와 달라진 1990년대 대학가 풍경은 필자가 새내기였던 1992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는 게 좀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1991년에 발생했던 많은 정치적 사건들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진영의 분열로 6월 항쟁 이후 다시 정권을 잡게 된 노태우 군사 정권이 집권 4년차로 접어들면서 공안통치의 칼..
빛의 제국에 낮과 밤이 공존하는 이유 김연수의 /1995년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유형을 즐기고 있다. 집을 찾아 떠나는 철새떼라도 지나간다면 힘찬 날개짓이 선명하게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이 무슨 조화란 말인가. 하늘을 받치고 서 있는 땅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파란 하늘까지 삐죽이 얼굴을 내민 나무에도, 외로이 서 있는 호숫가 집에도 온통 검은 빛이 가득하다. 다만 어둠을 밝히는 불빛만이 호수에 어른거리고 있을 뿐이다. 어떤 상식과 과학을 동원해도 설명이 안되는 이 그림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될까. 현대미술에서의 팝아트와 디자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벨기에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프랑스어, René Magritte, 1898~1967)는 초현실주의 작가로 유명하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1954년)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