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리스 신화

(56)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궁금하다면... 세 길이 만나는 곳/샐리 비커스 지음/강선재 옮김/문학동네 펴냄 요카테스 왕비는 괴로운 듯 두 손을 머리카락 속에 찔러넣고 내전으로 들어가면서 선왕 라이오스와 오이디푸스 이름을 번갈아 불렀다. 요카테스 왕비는 운명을 저주했고, 침대를 저주했다. 가혹한 운명과 슬픔을 한탄하며 요카스테 왕비는 들보에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말았다. 요카테스 왕비의 숨이 끊어진 후에야 급하게 내전에 들어온 오이디푸스 왕은 절규하듯 외쳤다. "내 어머니이자 내 아내인 요카테스는 어디 있소?" 들보에 매달린 요카테스 왕비를 발견한 오이디푸스 왕은 왕비의 시신을 내전 바닥에 눕히더니 왕비의 가슴에 꽂혀있던 청동 브로치를 떼더니 갑자기 자기의 두 눈에 박아 버렸다. 오이디푸스 왕은 요카테스 왕비의 청동 브로치로 연거푸 자기 눈을 찌르면..
프리아포스, 비뇨기과에 놀러간 신神 남성들에게 비뇨기과는 아주 특별한 추억이 교차하는 곳이다. 창피해서 고개를 떨구기도 했고, 막연한 자신감에 어깨를 으쓱거리기도 했던 곳이 비뇨기과였다. 포경수술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오리마냥 뒤뚱뒤뚱 걷는 꼴이 무던히도 창피했고, 진짜(?) 남자가 됐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며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까지 충만하기도 했다. 확인되지 않은 지식과 잘못된 믿음이 어우러진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풍경이었다. 통과의례처럼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거쳐갔던 비뇨기과였지만 최근에는 인권과 위생 논란이 제기되면서 포경수술 비율이 예전처럼 높지 않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포경수술이 아니고도 비뇨기과는 여전히 여느 병원처럼 대놓고 다니기 민망한 곳이기도하다. 지나치게 성性과 관련된 병원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비뇨기과는 신장,..
어버이날 왜 하필 카네이션일까 카네이션(Carnation)의 학명은 다이앤서스(Dianthus)로 고대 그리스에서 유래했는데 '신의 꽃'이란 뜻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올림푸스의 세 처녀 여신(헤스티아, 아테나, 아르테미스) 중 한명인 아르테미스가 자신을 놀래킨 목동에게 화가 난 나머지 목동의 눈을 찢어버리는 끔찍한 복수를 하고 말았다. 훗날 아르테미스는 이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목동의 눈을 카네이션으로 바꿔 주었다고 한다. 아르테미스는 로마 신화에서 디아나(Diana)로 등장하는데 영어식으로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다이아나'로 읽는다. 이런 신화 때문에 카네이션의 학명은 '아르테미스의 꽃' 즉 '디아나 여신의 꽃'이라는 의미의 '다이앤서스(Dianthus)'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카네이션에 얽힌 잔인한 이야기가 ..
플라톤도 강조한 선장의 윤리와 의무 국가론/플라톤/BC 380년(추정)/최현 옮김/집문당 펴냄 세월호 침몰 사고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함께 직업윤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수 백 명의 승객들을 침몰중인 배에 남겨둔 채 가장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은 그야말로 분노의 대상이자 공공의 적이 되고 있다. 언론에 의해 공개된 선장을 포함한 세월호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검경 수사합동본부의 수사 내용은 한 명의 지도자 또는 지도층의 무사안일과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세월호 갑판부·기관부 등 선박직 직원들은 세월호 침몰 당시 선원들만 아는 통로를 이용해 한꺼번에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세월호에 승선한 선원은 모두 24명으로 이중 갑판부·기관부 등 선박직 ..
닭을 슬프게 하는 것들 파이돈/플라톤(BC427~BC347) 지음/최현 옮김/범우사 펴냄 우리는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눈물을 삼켰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리저리거닐다가 한참 후에 다리가 무겁다고 하면서 반듯이 누웠습니다. 그분에게 약을 내민 사람이 그렇게 일렀던 것입니다. 소크라테스가 자리에 눕자 사나이는 종종 소크라테스의 손과 발을 살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발을 꾹 누르면서 감각이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감각이 없다고 대답하자 다리를 눌러 보면서 우리에게 몸이 식어가고 굳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나서 다시 말하였습니다. “독이 심장에까지 퍼지면 마지막이 됩니다.” 하반신이 거의 다 식었을 때에 그는 얼굴을 가렸던 것을 제치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이것이 그분의 마지막 말씀이었습니다..
잔혹한 출근 찬바람 부는 계절이 오면 뭐가 그리도 급한지 해는 서둘러 서산을 넘는다. 여름이었다면 한창 마지막 열기를 내뿜고 있을 시간인데 말이다. 초봄인 양 따사로왔던 낮의 열기는 에레보스(그리스 신화, 카오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암흑의 신)의 방문과 동시에 급격히 시들해지기 시작한다. 때를 놓칠세라 동장군은 도둑처럼 찾아오고야 만다. 낮 동안 텅 비었던 아파트 주차장은 크고 작은 차들이 제자리를 찾기위해 분주하다. 아기새에게 먹일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온 새들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가 아파트 복도를 가득 채운다. 뉘 집에서 새어나오는지 청국장 냄새가 스멀스멀 콧끝을 자극한다. 언젠가 본 적 있는 윗층의 젊은 부부와 아이들은 한나절만의 상봉이 그리도 즐거운지 쿵쾅쿵쾅 요란스럽다. 이 부부는 뉴스도 안보다보다...
인간은 왜 평생 반쪽을 찾아 헤매는가 향연-사랑에 관하여/플라톤/박희영 옮김/문학과 지성사 우선 자네들이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인간의 본성이 무엇이고, 그 본성이 겪었던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라네. 사실 아주 먼 옛날에 우리의 본성은 오늘날 인간의 본성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네. 첫째로 인간은 오늘날처럼 남성과 여성의 양성이 아니라 세 종류로 나뉘어 있었음을 알아야 하네. 그런데 이 세 번째 종류의 인간은 남성과 여성 모두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것을 지칭하는 이름은 오늘날에도 남아 있지만 그 실재 자체는 사라졌다네. 사실 자웅동성은 그 옛날에는 하나의 독립된 종이었으며 형태상으로나 이름상으로 모두 남성과 여성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네. 어쨌든 그 종은 오늘날에는 사라져서 존재하지 않고, 단지 그 명칭만 특정의 사람을 비난할..
나르키쏘스를 향한 에코의 집착이 남긴 것 짝사랑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추억의 일부다. 사랑의 감정이 새록새록 피어나던 시절 찾아온 풋사랑과 함께 찾아오는 것이 짝사랑이다. 요즘 아이들이야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데 망설임이 없지만 불과 70,80년대만 하더라도 이성을 바라보면 얼굴부터 붉어지곤 했다. 하기야 남자학교 따로 여자학교 따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으니 요즘 남학생과 여학생이 손을 잡고 다니는 풍경을 볼 때면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짝사랑이 추억의 한 켠을 채우고 있는 것도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여전히 사회적 관습의 불일치가 기억의 파편처럼 문득문득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이 붉어가는 이 때 산 정상에서 한 때 풋사랑의 대상이었던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도 그리움의 계절이 주는 낭만은 아닐런지. 혹시 아는가! 저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