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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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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을 그릴 수 없었던 한 만화가의 절규 직선과 독가스-병동에서/임철우/1984년 생각해 보세요. 난 지금껏 다른 사람들하고 똑같이 평범하고 소박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야말로 약하고 힘없는 소시민 그대로지요. 게다가 보시다시피 겨우 오십 킬로그램 근처에서 체중기가 바늘이 왔다 갔다 하는 타고난 약골인 데다가 아직껏 닭 한 마리도 목 비틀어 죽여본 적이 없는 겁쟁이입니다. - 중에서- 그야말로 소시민이었던 이 남자가 지금은 정신병동에서 감호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숨통을 조여오는 독가스에 자기의 일은 물론 일상마저 위협받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독가스의 정체는 군대에 있을 때 사방을 밀폐시킨 천막 안으로 방독면을 쓴 채 오리걸음으로 들어가 훈련조교들의 명령에 따라 방독면을 벗은 이삼 분 동안에 눈물 콧물 질질 흘렸던 기억을 떠..
한 달을 살기 위해 열한 달을 죽어 사는 아내 문순태의 /1986년 최근 주요 정당 대표들이 모두 여성들로 채워짐으로써 새 정치에 대한 바램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들이 살아온 삶의 이력들은 극과 극의 대비라 할 정도로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당정치 역사상 처음일 것 같은 여성대표 시대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특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사랑을 이야기할 때 흔히 언급하는 에로스니 플라토닉이니 하는 단어들이 특정 상황을 아우르는 시각적이고 제한적인 사랑을 의미한다면 모성(애)는 이들 단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가장 근원적 그것이라 할 수 있다.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실체가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에로스니 플라토닉이니 하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근원적 그것..
80년 5월과 87년 5월의 단상 그리고 오늘 홍희담의 /1988년 그해 5월은 뜨거웠다. 여름의 문턱을 넘어가는 태양이 뜨거웠고 태양의 열기를 온전히 담아내는 아스팔트가 뜨거웠고 그 아스팔트를 채운 사람들의 열정은 계절을 앞지르고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이었던 87년 5월은 그렇게 뜨거운 공기를 호흡하며 시작되었다. 거리는 온통 시위대로 가득찼다. 거리에 넘쳐나는 시위대의 숫자만큼 수업도 오전에 마치는 날이 늘어났다. 아마도 야간에 있을 시위에 합류하지 못하게 하기위한 궁여지책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오전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가지 않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가톨릭 회관으로 모였다. 우리의 목적지는 가톨릭 회관 4층이었다. 험난한 길이었다. 1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땀냄새로 가득했고 가톨릭 회관 바깥 인도에는 사람들의 행렬로..
80년 광주에 갇혀사는 어느 공수부대원의 소리없는 절규 김유택(1950~)의 /「문예중앙」1986년 여름호 내일이면 5.18민주화운동 31주년이다. 아직도 밝혀야 할 진실들이 산적해 있건만 31주년을 즈음해 들려오는 소식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일부 보수단체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광주시민학살은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며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에 대해서도 훼손된 명예를 회복시키는 역사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지구상 어디에도 살인정권을 이토록 옹호하고 신격화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고비고비마다 좌절된 잘못된 과거청산의 후유증일까? 뼛속까지 스며든 권위주의 망령의 부활일까? 선홍빛 선명한 5월에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