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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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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자들의 궁극적인 갈망을 향한 가장 기분 좋은 환상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오다 마사쿠니 지음/권영주 옮김/은행나무 펴냄 는 2009년 제21회 일본 판타지노블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오다 마사쿠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애서가 집안의 비밀을 둘러싼 사건을 다룬다. 서점가의 입소문을 타고 독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제3회 트위터 문학상 ‘정말 재밌는 국내 소설’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망상과 환상을 통해 인간 심연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필치와 가늠할 수 없는 상상력으로 호평받아온 작가는 이 책에서 환상적인 분위기와 재담 속에 우리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들, 인간됨과 가족애와 사랑에 대한 통찰을 녹여냈다. 저자 오다 마사쿠니가 수상한 일본 판타지노블 대상은 제25회를 끝으로 ‘일정의 역할을 다했다’며 중지되기까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가 확..
노동절 124주년, 노동자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노동의 새벽/박노해/1984년 지난 달 27일 공개된 한국금융연구원의 '임금없는 성장의 국제 비교' 보고서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늘 소외돼 왔던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명목 임금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로 조정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2.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근로자 수로 나눈 실질노동생산성은 9.8% 증가했다고 한다. 열심히 일했지만 그에 합당한 댓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던 실질임금과 실질노동생산성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당장이라도 선진국에 진입할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하고..
태어나 처음 만난 아버지가 불편했던 이유 봉숭아 꽃물/김민숙/1987년 어릴 적 이맘때쯤이면 고향집 마당 한 켠에는 마치 노래에서처럼 담장에 바짝 기대어 봉숭아꽃이 붉게 물들었다. 붉게 물든 것은 봉숭아꽃만이 아니었다. 연신 손부채질을 하고 계신 어머니의 손톱도, 어머니 무릎을 베개 삼아 꿀맛같은 단잠을 자고 있는 여동생의 손톱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여동생의 손톱이 부러웠는지, 봉숭아 꽃물이 잘 물들도록 어머니 무릎을 베고 자고있는 동생을 시샘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어머니를 졸라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하나에만 봉숭아 꽃잎 이긴 것을 올려놓고 이파리로 감싼 뒤 실로 칭칭 동여맸다. 동생처럼 어머니 무릎에 머리를 베고 손에는 번지지 않고 손톱에만 예쁘게 물들기를 기도하며 잠이 들곤 했다. 그러나 이것도 글자를 모를 때의 일이었지, 국..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 끝없는 애증의 관계 꽃 지고 강물 흘러/이청준/2003년 5년 넘게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음을 받고 고향에 내려간 40대 중견 작가 준섭은 거기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노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자 다른 감정으로 갈등을 겪는 광경을 목격한다. 특히 시집와서 지금껏 시어머니를 모셔온 형수는 홀가분함과 애석함이 교차되면서 그동안의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그러나 가출했던 이복조카 용순의 등장으로 어머니를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상가집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게 요란한 치장을 하고 등장한 용순으로 인해 장례식장은 일대 혼란을 겪게 되는데……. 그렇다고 용순의 행동이 아무런 이유없이 저질러진 철부지의 그것은 아니었다. 이를 알아차린 사람은 다름아닌 준섭의 문학 세계를 재조명하기 위해 따라 내려온..
비상을 꿈꾸는 당신, 중력과 맞서 싸워라 산타페로 가는 사람/김승희/1994년 F =Gm1m2/R2 F: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 G: 중력상수, m1,m2: 두 물체의 질량, R: 두 물체 사이의 거리.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고, 물체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은 만고의 진리였다. 근거는 없지만 종교적 믿음과 다를 게 없었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급한 과학적 영감을 얻기 전까지는. 그것은 바로 모든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 중력 때문이었다. 김승희의 소설 전편에서 독자는 '중력'의 압박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한편 '중력'의 압박은 '비상'이라는 탈출구를 향해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게 한다. 의 대결구도는 '중력'과 '비상'이다. 저자가 양자의 대결구도를 통해 힘겹게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
이 가족에게 병어회는 어떤 의미일까 병어회/이 순/1979년 박정희 전대통령이 서거하던 해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들어갔으니 그야말로 1980년대는 나에게 푸릇푸릇했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오롯이 담고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어느 농가 굴뚝에서 피어오른 연기가 보인다고 할 정도로 육지와는 멀리 떨어진 오지 섬에서의 기억은 되돌아보면 근대화의 흔적들로 가득 차 있다. 토요일 오전 수업이 끝나면 학교 운동장에 동네별로 모여 하교를 했고, 일요일 아침이면 '새마을' 깃발 아래 신작로 청소며 공동우물가 화단 가꾸기며 막힌 또랑에 물길내기를 했다. 더 멀리 기억을 더듬다보면 면에서 나온 무슨 단속반원들을 피해 술독을 이고 산으로산으로 향햐는 동네 어른들의 긴장된 표정까지....국민학교 들어가기 훨씬 전의 일까지 어렴풋이 기억나는 게 신기할 뿐이..
핵가족 시대 가족과 부부의 의미를 되짚어보다 김도연의 /2011년 인터넷을 검색하다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전북 농업기술원이 1~3kg의 미니수박 출하를 앞두고 있다는 기사였다. 농산물 품종개량 소식이 그리 놀라울 것 없는 세상이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핵가족 시대에 안성맞춤’이라는 기사제목이었다. 기술원측의 의도된 보도자료인지 아니면 담당 기자의 탁월한 센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세태를 잘 반영한 기사제목으로 보인다. 맞춤식 과일이 출시될 만큼(?) 핵가족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요 더욱 더 분화될 수밖에 없는 미래의 가족 형태다. 미국의 인류학자 G.P 머독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핵가족(核家族, nuclear family)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소가족이 독자적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집단적 구성단위로 산업화와 근대화..
착각이 주는 그 달콤하고 씁쓸한 이야기 백수린의 /2011년 맨 정신으로는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삶을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 연일 쏟아지는 어른들의 그것을 빼다 닮은 아이들의 폭력 뉴스, 아이 분유값 때문에 범죄자가 된 어느 아빠의 기막힌 사연, 세계화란 미명 하에 일터에서 쫓겨난 사람들, 강의실과 직장 대신 비틀거리는 네온싸인 아래를 방황하는 청춘들. 맑은 정신으로 산다는 것은 고통이 되어 일상을 짓누른다. 두 어깨에 지구를 받치고 신음하는 아틀라스처럼. 사람들은 일탈을 꿈꾼다.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이 단어가 낭만처럼 느껴지는 것은 정신없이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속성에 누군가에 의해 내팽개쳐진 내 삶의 무게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 비현실의 허상 속에서 낭만을 찾아야만 하는 주객이 전도된 세상. 그래서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