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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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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의미를 생각하다 이성미의 시 '집의 형식' 코끼리의 발이 간다. 예보를 넘어가는 폭설처럼, 전쟁의 여신처럼, 코끼리의 발은 언제나 가고 있다. 코끼리의 발이 집을 지나가며 불평한다. 더 무자비해지고 싶어. 비켜줄래? 거미의 입이 주술을 왼다. 거미는 먼저 꿈을 꾸고 입을 움직인다. 너의 집에서 살고 싶어. 너의 왕처럼, 너의 벽지처럼. 푹퐁이 모래언덕을 따끈따끈하게 옮겨놓을 때, 나의 집이 나를 두고 무화과 낯선 동산으로 날아가려 할 때. 나는 모래의 집을 지킨다. 매일 거미줄을 걷어내고 코끼리가 부서뜨린 계단을 고친다. 가끔 차표를 사고 아침에 버리지만. 상냥한 노래는 부르지 않을래. 폭풍에게 정면을 내주지 않을래. 코끼리를 막을 힘이 나에겐 없지. 코끼리의 발이 코끼리의 것이 아닌 것처럼. 거미는 나를 쫓아낼 수 없..
대통령 후보들에게 드리는 제안, 대한민국을 책 읽는 나라로 “대한민국을 책 읽는 나라로”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너무 덥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은 그래서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는 가을은 또 떠나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정처없이 걷고 싶은 계절이 바로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의 진짜 얼굴이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하고 노래하는 시인은 있지만 '가을에는 책을 읽게 하소서' 라고 노래 부르는 시인은 없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책을 가장 읽지 않는 계절이라는 모순은 이해 차원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인지도 모른다. 어느 신문을 보니 출퇴근 시간에 가장 호감가는 여자는 '자리를 양보하는 여자'란다. 그렇다면 남자는 어떤 모습이 이성으로 하여금 호감을 불러일으킬까. '책 읽는 남자' 라고 한다. 이 말을 뒤..
아무리 바빠도 책 읽을 시간은 냅니다 "아무리 바빠도 책 읽을 시간은 냅니다." 필자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중 가장 격무에 시달린다는 소방관들의 얘기다. 24시간 비상대기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을 이들이 짬짬이 주어진 시간에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이들에 비하면 한가한 시간이 수없이 주어지는 필자가 부끄럽기만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하는 위클리공감 175호는 '독서의 해' 기획특집으로 '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제목으로 독서 관련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 중에서도 '책 읽는 119대원들' 기사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 멋적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이미 발표된 통계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독서의 계절' 가을이 그 이름값이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소개해 보고자 ..
올 가을엔.... 태양의 시샘이 천지를 열기로 가득 채웠던 지난 여름날, 여름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오고야 말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그간 지쳤던 몸뚱아리에 달콤한 휴식을 주는 듯 하다. 아직도 한낮의 열기는 그 위용을 뽐내고 있지만 꽃다지에는 벌써 가을이 찾아왔더라. 초가 지붕을 덮고 있는 저 보름달만큼이나 풍성할 가을을 꿈꿔본다. 가을은 이렇게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바구니로 들어간 초록은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누가 화무백일홍이라고 했던가! 단 하루라도 꽃처럼 아름답게 살고싶다. 다가오는 가을엔 달랑 책 한 권 들어있는 등짐을 꾸리고 코스모스 흐드러진 시골길을 걷고 싶다. 혼자여도 궁색맞지 않으리다.